1984 열림원 세계문학 7
조지 오웰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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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지 오웰의 <1984>는 러시아의 작가 예브게니 자마틴의 <우리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함께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불린다. <1984>는 개인의 사회를 극도로 통제하는 사회를 그리고,

<멋진신세계>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파괴되고 통제되는 사회를

그리는데 현대 사회의 문제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는 모습을 그려 서로

대조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 본명은 Eric Arther Blair)이 <1984>에서

그려낸 전체주의 사회에서의 '빅 브라더 Big Brother'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편재된 감시 및 세뇌 체제를 동원해 모든 이의 사고 방식을

획일화시켜 그 구성원들을 조직의 일원으로 만드는 장면들이 나온다.

폭력조직 내에서의 인간은 '조직의 일원'이 되고, 빅 브라더 내에서의

인간은 큰 기계 속 톱니바퀴와도 같은 '빅 브라더의 일원'이 된다. 체제

유지를 위해 성욕을 통제하고 섹스를 억제하며 성적 쾌락을 죄악시하고

섹스는 관장을 하는것 만큼이나 역겨운 행위로 체제에서 유일하게

허용하는 부부간의 섹스는 오직 당을 위해 봉사할 아이를 낳는데만

허용된다. 이러한 당의 통제에 반발을 느낀 윈스턴 스미스는 철통같은

감시 속에서 그의 연인 줄리아와 섹스의 쾌락을 찾으며 저항(이렇게

저항 할수도 있다)한다. 빅 브라더에 저항하며 윈스턴은 사상범이 된다.

줄리아의 세뇌와 배신에 사랑은 자신의 깊은 속 마음이며 이것은 절대

바꿀 수 없고 건드릴 수 없는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마저 무참히 무너지고

마지막 남은 인간성마저 모조리 말살당하고 당이 바라는 인간성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He Loved Big Brother'.


이 책은 묘하게 감시자본 주의와 연결된다. 이는 '극단적 무관심 radical

indifference' 때문이며 자본주의 감시 체제를 '빅 아더 Big other'라고

칭한다. 즉 '극단적 관심'을 통해 타인을 세뇌시키고, 훈육하고, 강제하여

'자기 편' 혹은 '빅 브라더'로 흡수시키려는 빅 브라더 체제와는 달리,

감시자본주의 체제는 '무관심'의 논리를 내세워 인간을 '타자화 otherize'

한다. 빅 브라더가 극단적 뜨거움이라면 '빅 아더'는 극단적 차가움이다.

빅 아더의 관점에서 우리는 오로지 다른 개체, 행동하는 유기체일 뿐이다.

크건 작건, 약하건 선하건, 여기에 브라더는 없다. 화목한 가족이건,

지겨운 가족이건, 가족의 인연 따위도 없다. 인간을 부단히 '타자화'

시키고, 빅 아더와 타자화된 인간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성도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인간 자체보다 오로지 데이터화 할 수 있는 인간의

행동패턴이 중요한데, 주보프는 인간을 마치 상아만 빼앗기고 죽임을

당해 버려지는 코끼리에 비유했다. 섬뜩하다. 그러나 이미 이것은

현실이다.


이 책은 단순히 암울한 미래상을 예견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명백히

정치적이다. 거대한 권력에 저항해 보지만 결국 파멸해 가는 한 개인의

모습을 통해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과

비판을 불러온다. 태어남과 동사에 자연 습득되는 하뢰적 통념과 가치들은

인간의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마저도 주저하게 하며 이는 놀랍도록

인간을 세뇌시킨다. 타인을 의식하고 시선에 마음을 두며 스스로의 감정

표현에 불안하다면 과연 나는 나로서 잘 살고 있는 것일지 의문이 든다.


오웰은 전쟁, 질병과 같은 환난 속에서 시민들이 '자유'보다 '안전'을

중시하게 될 때가 바로 감시 사회의 시발점이라고 보았다. 결국 감시권력에

의존도가 높아지면 질수록 물리적 자유 뿐만 아니라 지적 판단의

자율성까지도 그 권력에 예속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모든 것이 노출된

상황에서 조지 오웰이 보내는 경고는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 진다. 에리히

프롬은 '1984년은 첫 문장에서 마지막 네 단어까지 완벽하게 설득력 있는

가상세계를 만들어 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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