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컬러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현대지성 클래식 63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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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페스트 La Peste

1947년 갈리마르(Galimard) 출판사를 통해 발표된 알베르 카뮈의

작품인 페스트는 그로부터 70여년후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예견이라도 한듯 우리가 겪은 현실과 놀랍게도

일치한다. 책의 겉표지에는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클림트의 '죽음과

삶' 일부가 인쇄되어 있고 본문에는 뭉크, 빅토르 타르디유, 게리

맬커스 등의 작품이 본문의 내용과 결을 같이해서 실려있다.


카뮈는 이 작품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한다. 전체주의와 제2차

세계대전의 광기에 대해 죽음과 이별 그리고 고립과 공포를 마주하는

인간의 감정의 변화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대 혼돈 앞에

어떻게든 저항하려는 민중과 그것을 은폐하고 감추려는 권력과의

대립을 통해 시대가 겪어야 하는 아픈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면서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싸우는 것이 우리가 취할 가장 최선의 선택임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당연함은 어쩌면 당연함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페스트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각기 다르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현실로 맞닥뜨려 본 우리는 결코 어느편에도 설 수 없다.

단지 그들의 선택일 뿐이다. 랑베르로 대표되는 도피적 태도를 보이는

이들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 생각하고 외면한다. 페스트는 우리의

죄에 대한 신의 징벌이니 달게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파늘루 신부로

대변되는 초월적 태도를 보이는 이들, 삶은 원래 그런 거야.'라는 전제에

굴복하지 않는다. 비록 정말 삶이 무의미한 것이더라도,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내겠다는 부류들이다. 이들은 바닥에 눌어붙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삶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신기루일지라도 삶의 목표로 삼아

열심히 허우적대는 삶을 선택한다. 무엇을 선택하건 자유다. 결단과

책임의 문제만 남는다. '단언하건대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각자 자신 안에

페스트를 가지고 있다는 건데, 왜냐하면 실제로 아무도,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것으로부터 무사하지 않으니까요. 또한 잠시 방심한 사이에 다른

사람 낯짝에 대고 숨을 내뱉어서 그자에게 병균이 들러붙도록 만들지

않으려면 늘 자기 자신을 제대로 단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 바로 병균이기 때문입니다'


글의 중간중간 등장하는 상황과 현실에 대한 카뮈의 철학적 해석과 페스트를

질병이 아니라 2차세계대전과 같은 전쟁과 같다는 상징적 표현들과 '이때는

또한 도시에 갇힌 모든 수인(囚人)이 자포자기하던 시절이기도 했다'등과 같은

독백들은 독자들의 흥미와 책의 깊이를 더해준다.


지금 우리도 그런 현실과 맞닥 뜨리고 있다. 이 부조리한 시대, 우리 눈앞에

닥친 페스트에 우리는 어떻게 맞설 것인가. 선택만이 남았다. 그리고 무엇을

선택하든 본인의 몫이다. 스티븐 잡스의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과연 하려던 일을 할까?’라는 문장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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