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 전쟁 국민서관 그림동화 289
일란 브렌만.길례르미 카르스텐 지음, 김정희 옮김 / 국민서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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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닥에 놓인 소시지 하나를 두고 대치 중인 강아지 두 마리. 그들에겐

생존이 걸려있다. 죽고 사는 문제이기에 둘은 치열한 눈치 싸움중이다.

그러다 어느 한 녀석이 먼저 움직이면 곧바로 전쟁이다. 그런데 이때

두 강아지의 목줄을 잡고 있던 남녀가 서로의 목줄을 잡ㄴ아 당기고

소녀와 농구선수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동물들까지 합세해 긴 대열을

이룬다. 여기에서 저자는 질문 하나를 던진다. 과연 이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림없는 소리다. 각각은 나름의

이유가 존재하지만 어느것 하나도 타당하다고 말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이고 상황이다. 마치 지금의 우리처럼 말이다.


군중심리(群衆心理 Herd mentality). 많은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할 때 집단에서 고립되지 않거나 모욕당하지 않으려고 그 행동에

동조하려는 심리를 말하는데 소세지 하나를 놓고 벌인 두 마리의

개 싸움에 다수의사람과 동물들이 이유도 모를채 참전하게 되는

그림책 속의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다. 군중 속에 진입하는 개인은

그들이 인식하는 세상과 관념 속에서 '나'에 대한 감각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내가 없어지고 군중만이 남게 된다는 것. 다시 말하면

익명성에 기대어 개인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호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림책을 읽으며 사람들의 표정과 눈빛을 유심히 보았다. 서로에겐

관심이 별로 없이 그냥 전쟁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서로의 편만을

향한다. 상대방이나 적들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없다. 마치 지금의

우리처럼 말이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시작된 이 전쟁은 두 마리의

강아지가 소세지 전쟁에 관심이 없어지고 다른것을 향하면서 자연스레

끝나 버리고 모두는 허탈해 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 전쟁이 대체 왜

시작됐는지 아는 사람?' 당연히 아무도 모른다.


저자가 말하는 '소시지'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는

현상들을 통칭한다. 우리가 겪는 '작은 전쟁'은 너무나도 쉽게 촉발되고

확전된다. 아이들을 위한 책으로 출간되었지만 성인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판을 했다가 오텔 창문에서 떨어져 죽은

러시아 '소시지 재벌'이 생각난다. 불과 3층 높이의 호텔 창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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