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전집 1 - 소설 다시 읽는 우리 문학 1
이상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제된 천재. 이상을 표현한 가장 적절한 수식어가 아닐까 싶다.

천재였으나 세상은 그를 알아주지 못했고, 천재 였지만 세상에

그 뜻을 펼치기 이전에 우리 곁을 떠났고, 천재 였기에 여전히

그의 글은 난해하기만 한 그는 분명 천재다. 그 천재의 글을

가람기획에서 <다시 읽는 우리 문학>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출간했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처음 <오감도> 시제 1호를

읽었을 때의 난감함은 아찔했었다. 그 후 만난 <건축무한육면각체>

역시 그가 왜 천재인지에 대해 마치 증명이라도 하듯 독특했다.

이번엔 그의 소설 작품들을 만난다. 대표작인 <날개>, 내면의

고립된 자아와 자살충동이라는 병적 심리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문학을 할 것이라는 무서운 기록을 남긴 <12월 12일>등 혼돈의

시기를 통과하며 스물일곱이라는 짧은 생을 살며 가슴으로

내 놓은 작품들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의

등장은 한국 현대 문학 사상 최고의 스캔들이었다'고 말한 누군가의

전언처럼 그는 모두의 이성과 사고를 뒤 흔들어 놓았다. 너무 앞서간

그이기에 세상은 오히려 그를 밀어 냈고 천재는 그렇게 사라져 갔다.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소설 날개의 마지막 문장이다.

몸 파는 아내에 빌 붙어 사는 나, 그런 아내는 몸을 팔 땐 나에게

수면제를 먹인다. 몸을 파는 아내에게 빌 붙어 살고 있는 나이지만

사라졌던 날개가 다시 돋아나면 한번 더 날고 싶은 간절함을 딱

한번 만이리도 다시 날고 싶은 소망을 이야기하는 그의 대표작이다.

암울하고 답답한 현실 앞에 너무나도 무기력하지만 그래도 가슴안에

품은 꿈 만은 잃어버리지 않고 여전히 무언가를 기다리는 '붕'처럼

살아남아 갈망하는 박찬 날개짓을 기대하는 절박하고도 간절함이

전해져 가슴 멍해지는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마치 지금의

우리 현실에 전하고 싶은 한마디... 날자, 날자.날자. 힌반민 더

날자꾸나.


이 책에는 이 외에도 지도의 암실, 지팡이 역사, 봉별기, 종생기,

단발등의 소설이 가득 들어 있다. 난해하기로 소문난 이상의

소설을 단숨에 읽기는 어려우나 책의 부제이기도 한 '박제가 된

천재 이상 깊이 읽기'처럼 한편씩 한편씩 다시 읽어 보아야겠다.

암울한 현실에 전한 비운의 천재의 글은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