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에세이 - 개정판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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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관계의 존재이고 관계를 통해 살아간다. 그것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혹은 그냥 사회 생활이든 관계 없이 존재 할 수 없는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부른다. 관계의 성장통을 지나 온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며 지금 그 과정을

지나는 이들이나 그 시절의 기억을 가진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저자는 이시대의 사랑을 추울 땐 걸쳤다가 더울 땐 언제라도

벗을 수 있는 얇은 외투에 비유한다. 너무도 쉽게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사랑을 못내 아쉬워하며 자판으로 전하는 사랑의

미적지근한 온도에 고개를 젓는다. 사랑도 이별도 그리고 다시

만남도 자판이나 키보드로 하지만 그 곳엔 아무런 타격감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노래했던 '미칠 듯 사랑하고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없다.


저자는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만 향하며 추구하는 지금의

우리를 '장님'이라고 표현한다. 다름이 존재함에도 인정하지

않고 서로와 공동의 가치와 의지도 존재하지 않는 지금의

우리는 사막 한가운데 서 있으면서 어쩌다 마주할 오아시스를

기다린다. 오래전 가졌던 열정은 세월에 씻겨 겁쟁이로 변했고

두려움만 가득한 외톨이가 되어 있다. 이런 우리를 저자는

'속물'이라 칭한다.


익숙함과 편안함이 관계의 권태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완숙으로

가고 있는 과정을 증명해주는 감정이라는 저자의 말은 관계에

익숙함은 늘 경계 대상이고 주의해애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조금은 의외의 글귀였다. 사람들은 서로의 관계가 익숙해

지기 시작하면 그들 사이의 벽이 사라진다고 믿는다. 과연 우리는

익숙함 그 너머의 그 무엇인가를 만나 본 적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 본다.


에세이치고는 꽤 많은 페이지를 가진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진부하지

않은데'라는 생각과 '그럴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동시에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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