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움직이는 그저 풀잎 사이를 스쳐가는 바람 소리처럼 무심할 수
있는 시공간에 몸을 던져 기어코 획득한 유심한 아름다움의 산책길은
삶의 위안이며 희망이다. 함께 함에서 누려지는 삶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홀로인 우리는 스스로 서는 법을 깨달아야 한다. 달빛 아래서도
숨어 지내는 들고양이처럼 잔뜩 커져 있는 눈동자.부풀어 오른 콧등,
파도 같은 입꼬리 같은 그런 치켜세움도 긴긴 겨울 동안 단 한번의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는 동물의 진중함도 배워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혼자가 되어 간다. 스치듯 가볍게 혼자인 삶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