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곁
박지현 지음 / 별빛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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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노라면 친한 지인과 숲 길을 걸으며 이야기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걸음이 걸음을 인도하고 그 안에 말들이 뒤엉키며 홀연히

시간과 호흡하는 그런 시간이다. 저자는 셀수 없는 걸음으로 이

숲을 오가며 자신만의 나무들을 심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흥미롭게

산책을 '산 책'으로 표현하고 '책 속'이라는 독특한 해석을 내 놓으며

숲에서 오직 나만이 내딛을 수 있는 걸음은 얇은 감촉과 작은 바람

소리를 가졌다고 말하는데 비슷한 감정을 가져본 내 마음에 쏙 들어

온다.


바다의 색은 하늘과 관계 있다고 한다. 태양의 강렬함이 더욱 빛을

발하는 짙푸른 바다도 좋지만 잔뜩 흐린 날의 하늘과 같은 잿빛

바다는 바다의 속울음을 드러내듯 강한 여운을 남긴다. 저자는

눈부시지 않는 검푸른 풍경이 마음의 눈을 깊이 뜨게 하고 새들의

날개짓을 더 희어 보이게 한다고 말한다. 마치 절망 속에서 피어

오르는 희망의 끈 처럼 잿빛 바다는 묘한 희망을 보여준다.


아침 풍경을 채워 가기 위해 더 일찍 눈을 뜨고 더 길게 걷다 보니

어느새 의젓한 꿈의 나무가 되어 간다. 그렇게 나무가 되어 가는 나는

어느덧 아름을 두른다. 그리고 그곳은 누군가의 의지며 생명이며

자그마한 쉼이 된다. 그렇게 나무가 나이가 들면 켜켜이 시간이 쌓이듯

나의 삶에도 그런 시간의 편린과 흐름들이 모여 하나의 삶이 되어 간다.


고요히 움직이는 그저 풀잎 사이를 스쳐가는 바람 소리처럼 무심할 수

있는 시공간에 몸을 던져 기어코 획득한 유심한 아름다움의 산책길은

삶의 위안이며 희망이다. 함께 함에서 누려지는 삶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홀로인 우리는 스스로 서는 법을 깨달아야 한다. 달빛 아래서도

숨어 지내는 들고양이처럼 잔뜩 커져 있는 눈동자.부풀어 오른 콧등,

파도 같은 입꼬리 같은 그런 치켜세움도 긴긴 겨울 동안 단 한번의

움직임도 허락하지 않는 동물의 진중함도 배워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혼자가 되어 간다. 스치듯 가볍게 혼자인 삶을 꿈꿔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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