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단독주택 - 아파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단독주택에 살아 보니
김동률 지음 / 샘터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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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과 '마당이 있는 집'은 중년 대부분의 로망이자

희망사항이다. 그리고 그 삶은 살아 본 사람만 이야기 할 수 있다.

건강 때문에 서울집과 시골집을 오가며 살고 있는 나에게 단독주택은

'삶의 끄트머리에서 잡은 행운'이다. 물론 저자는 본인에게는 최고의

결정이지만 아내에게는 최악의 결과라고 말하지만 말이다.


'단독주택에 살면 어쩔 수 없이 이웃과 알은체하고 친하게 된다.

왜냐고 묻지 마시라. 그냥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맞다. 안 그러면 살

수가 없다. 도심에 가까운 저자의 집도 그렇지만 시골집인 나의 경우

그렇게 안하면 이 마을에서 살기가 정말 어려워진다. 어쩔수 없이

동네 사람이 되어야 그들 속에 스며들 수 있고 그래야 '동네'라는

공간을 마음 편히 이용하고 누릴 수 있다.


고양이. 시골집에 그냥 밥을 주고 챙겨주는 고양이가 두마리 있다.

이사오는 그날부터 대를 이어 우리 집에 머문다. 아니 나보다 더 오래

그 집에 머물러 어떨때는 내가 객이 된다. 밥을 챙겨 주기 시작하면서

사실 아침이 두려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쥐도 잡아다 놓고 죽은

새도 가져다 놓는다. 문제는 내가 제일 싫어 하는 '벰'도 가끔 등장한다.

지 딴엔 자기 밥주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고 뭔가 큰일을 하고

있다고 뻐기고 싶은 마음인것은 알겠는데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나갔을 때 보게 되는 뱀의 사체(가끔은 조금씩 꿈틀거릴때도 있다)는

오만정이 다 떨어지게 만든다. 그래도 이 녀석들의 재롱과 친한척에는

모두들두 손 두발 다 들 정도다 보니 이젠 그냥 식구다. 저자도 그런

것 같다.


잡초. 음. 안 뽑아 보고 안 죽여 봤으면 말도 하지 마라. 무더운 어느

여름날 서울집을 다녀 오기 위해 집을 1주일 비웠는데 정원이 폐허가

되어 있었다. 곱게 키운 잔디들 사이엔 잡초들이 점령군 마냥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어디서 날아 왔는지 그 사이 사이에 야생화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모습에 '아 이걸 드냥 밀어 버려야 하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저자는 결국 '잡초와의 전쟁'을 포기하고 '공존'을

택하지만 난 누군가가 매년 보내주는 잔디가 아까워서 여전히 잡초와

전쟁 중이다.


마당이 있는 집은 환상이고 실제는 일할거리가 넘쳐나는 일터이고,

김장독을 마당에 묻는 일은 땅을 파야하며(요즘은 동네 분들이 가지고

계신 미니 포크레인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항아리를 사야하며 매번

관리를 해 줘야 하는 부지런한 이들의 전유물이고, 우아하게 욕조에

물 받아 야외를 바라보며 목욕을 하면서 누리는 호사는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만용이다. 아닌것 같은가. 그럼 한번 살아 보라.


이렇게 쓰고 보니 온통 불평과 불만인것 같은데 사실 단독주택이 주는

장점도 굉장히 많다. 먼저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워진다. 혹 아이들이

놀러 오더라도 얼마든지 뛰어도 된다. 노래를 불러도 소리를 질러도

누가 뭐라고 안한다. 그뿐인가. 여름날 쏟아지는 별들과 수명이 다해

떨어지는 별똥별도 흔하게 볼수 있다. 마당에 깔아 놓은 평상 위에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일부러 산을 찾아 가지

않아도 십분만 걸으면 누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그림같은 풍광의

오솔길이 나온다. 동네분들 모두 여기는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말자고

손가락 걸고 맹세한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저자는 고등어 구이를 주로

이야기했지만 집 안이 아닌 마당에서 숯불에 구워먹는 고기와 생선

여기에 장작을 피워 푹 끓여 내는 탕류는 아파트에서는 상상도 못할

호사다. 또한 사시사철 다르게 피는 꽃의 환상적인 자태는 볼 때마다

매번 감탄한다. 아마 전원주택(단독주택)의 장점을 쓰라면 그걸로만

몇 페이지를 써 내려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만큼 좋다. 이것 역시

살아 봐야 안다. 저자도 이야기하지만 단독주택은 분명 호불호가

갈린다. 그리고 그 선택과 책임은 오롯이 본인과 가족의 몫이다.


그리고 저자와 나 모두는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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