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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에 관하여
요한 G. 치머만 지음, 이민정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9월
평점 :
한동안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의 의미없는 함께가 아닌
혼자만의 시간을 선택하고 그것을 누리고 위로를 찾으라는 담론이
열풍을 일었다. 저자는 쇼펜하우어 보다 60년 앞서 ‘고독’과 ‘단단한
외로움’의 필요를 말한, 서구 철학사에서 ‘근대 고독 담론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인물인 요한 G. 치머만(Johann Georg Zimmermann)이다.
그는 그의 저서인 고독에 관하여 (Ueber die Einsamkeit)를 통해
고독과 단단한 외로움의 필요를 설파하며 혼자라는 외로움과 대인관계
사이의 고통, 그 사이를 집요하게 파헤치며 '고독 담론'을 형성하는
주추돌을 놓았다.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고독과 홀로서기'는 행복하기 위해 고독을
선택하라 정도인데 치머만은 '우리는 고독을 통해서만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며 고독만이 자아 발견의 유일한 대안이며 고독은
전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하는데 그의 주장은 머릿속 가설이 아닌
실제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을 근거하여 자신의 주장의 설득력을 가진다.
니체는 고독을 모르는 인간은 문화와 사회를 앵무새처럼 흉내 내는 것
밖에 모르기 때문에 그저 노예(mera slaves)일 뿐이라고 말한다.
현대인은 혼자 있어도 혼자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럈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도 힘들고 홀로 있어도 힘들다. 아주 오래전 광고 카피인
'잠시 꺼두셔도 됩니다'는 이미 무색해졌고 이젠 그것 없이는 잠시도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고 잠시라도 혼자 있는 것을 두렵게
느끼게 되었다. 이에 저자는 고독은 효율적 생각을 돕고 대상에 대한
적절한 관심을 가지게 하며 관찰력을 강화시키는 장점을 가지기에
고독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진정한 지식을 가장 잘 습득할 수 있는
배움의 장이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고독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책을 읽노라면 평안함과 자연을
누리는 여유로움과 유려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체코 작가 보후밀 흐라발 Bohumil Hrabal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 생각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