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여름 햇살처럼 - 시대를 건너 우리에게 온 여성들의 입체적인 이야기들
백세희 엮고 옮김 / 저녁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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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우리에게 훨씬 이전에 살았던 이들의 삶을 통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돌아 보게 하며 각자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그런 여성

작가들의 글을 모아 놓았고 출판사의 소개 처럼 좋은 문장을 찾고

싶다면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아도 될 만큼 좋은 문장들의 향연이다.

빨강머리앤, 오만과 편견, 제인에어 등의 외국 작가의 글들과 우리나라

여성작가 강경애, 김명순, 나혜석, 등 18-20세기를 지나온 12명의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다.


감정의 흐름은 늘 다르다. 어떤 때에는 이 작품이 또 어떤 때에는 저

작품이 깊게 다가 온다. 이 책이 그렇다. 어느 페이지를 펴도 좋은

글들이 가득하기에 순서대로가 아닌 목차에서 마음이 가는대로 읽어

보았다. 역시나 때로는 강렬하게 다가오던 문장들이 또 어느 때에는

편안하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엮은이인 백세희 작가도 이런

방식을 추천하며 자신도 그런 방식을 고수한다고 말한다. 실제 이

책은 기억하고 싶고 따로 떼어 정말 자꾸만 읽어보고 싶은 구절을

선별해 묶어 책을 펴낸 것이다. 전작으로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다 보니 글을 쓰며 살고

있는 나에게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용기를 준다. 나에게

용기와 위로를 준, 보물처럼 소중한 문장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이

책 속 문장들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무척 궁금해진다.'


빨강머리 앤. 빼뺴 마르고 수다스러운 빨강머리를 가진 밝고 활발한

여자 아이며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리는

작품인데 우리에겐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빨강 머리 앤 귀여운 소녀 ..'라는 노랫 구절로 유명한데

이 책 여러 문장들이 등장하며 어릴적 추억을 소환한다. 이 책에서도

앤은 여전히 말괄량이 앤 그대로이다. 그냥 웃음이 난다.


기억의 파편은 항상 조금씩 오류를 가진다. 어릴적 읽었던 '제인 에어'는

어디가고 뭔가 새로운 제인 에어를 만난 느낌이다. 나이를 먹은 탓인지

어릴 적 독서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다른 공간들이 만들어져

잠간 놀람의 시간을 가졌다. 국내 여류 작가들의 작품 역시 그렇다.

생소함이 주는 풋풋함과 색다른 맛은 마치 처음 접해보는 과일을 먹는

그것과 흡사 닮아 있다. 백세희 작가의 전작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에서도 그랬지만 작가의 생각의 폭과 깊이는 이 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문장들의 선택이 참 좋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읽어

보고 싶은 문장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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