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신평은 안다. 하지만 시골살이 신평은 잘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여타의 다른 정치하는 이들의 책이 결국 자기 자랑과 인맥
자랑으로 끝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 와서 과연 신평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갈까 궁금했다. 정치인으로 그는 관계인인듯 주변인이고
핵심인물인듯 잊혀진 인물이며 그렇게 묘하게 경계를 오가는 그런
인물이었다.
배반은 언제 당해도 아프다. 아파도 너무 아프다. 생명의 위협과도 같은
두번의 배신은 신평을 시골로 내 몬다. 그리고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지나며 적어 내려간 시와 산문들을 모아 책을 펴낸다. 그래서인가.
담백하다. 담백하다 못해 오히려 처절하다. 살아 있음을 살고 있음을
살아냄을 글로 표현하는 그의 글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자연과의
하나되려 함이, 그 속애 오롯이 살아 있음이, 그리고 그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감이 닮아 있다.
힘들었던 시절 첫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적어 내려가는 그의 시는
묘한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마치 우리의 선배들이 나라에 대한 사랑과
마음을 연인에 빗대어 그렇게 표현했던 것처럼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저자는 행복을 자신에게 주어진 작고 소박한 것들에
만족하며 너그럽게 사는 것이라고 말하며 가짐의 덧없음과 욕망의
부질 없음을 이야기한다.
삽화가 좋다. 마음의 편안함과 여유로움 마저 던져 준다. 이 문을 열고
들어 서면 펼쳐질 공간들이 상상이 된다. 우린 그렇게들 살았다. 신평은
그런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살아 왔노라고'. 그리고 우리는
자기 완성의 길을 끝까지 걸어 가며 살아가도록 태어났다고 말한다.
그 문 안이 궁금해진다.
어짜피 삶은 유한하고 그 유한한 시간 역시 그대로 있지 않고 다만 우리는
그 속에서 구름 처럼 왔다 가는 그런 존재알 뿐이다. 시간에 순응하며
세월을 거스르지 않고 삶의 끝을 향한 걸음을 한나씩 하나씩 이어가는
유한한 존재일 뿐이다. 그런 그의 마음이 이 글귀에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럭저럭 사는 사이
한세상 후딱 가고
내 본래 모습
해진 문풍지처럼 남지요'
그래서 저자는 여린 풀잎 속에서 웃음을 발견하고 삶을 살아갈 의미와
행복을 찾는지도 모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