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과 김종성
김종성.정성갑 지음 / 브.레드(b.rea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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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의 김우중 회장의 꿈은 원대했다. 서울 한 복판에 대우타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국제적 수준의 호텔 건립을 제안했고 당시 일리노이

공대에 있던 김종성 건축가를 한국으로 오게하고 그의 첫번째 한국 건축

설계작인 힐튼 호텔을 건립하게 되는데 이는 당시 콘크리트 일색이었던

국내 건축계에 거튼월과 철골로 대변되는 국제주의 건축이 도입되는

시작점이 된다.


우리 힘으로 지은 최초의 대형 호텔을 만들기 위한 김종성 건축가의

노력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동원한다.

국제주의 건축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시그램 빌딩의 브론즈 커튼월을

제작한 미국 플라워 시티가 위촉 설계와 시공 검수를 맡았고, 이를 토대로

효성이 알루미늄을 제작 및 시공하였다. 인테리어는 존 그레이엄이 맡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시그램 빌딩을 담당한 이탈리아 업체의 트래버틴

바닥과 알프스에서 채석한 베르데 아첼리오로 수놓은 벽면, 그리고 일일이

황산을 적신 스펀지로 빛을 낸 브론즈 기둥 등이 들어갔다. 그야말로

김종성 건축가라서 가능한 국제적 네트워크였고, 이 설계와 시공 과정을

함께한 크고 작은 국내 업체들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을

축적하였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그의 스승 미스 반 데어 로어의 말을 실현하듯,

힐튼 호텔에서부터 서린빌딩까지 김종성 건축가의 작품은 대지 조건에

순응하면서도, 간결한 형태 안에 치밀하게 연구한 비례로 대부분 건축물들이

몇 번의 강산이 변하는 세월을 지났음에도 이를 초월하는 가치를 발하고

있다. 이를 인정받듯, 2014년 김종성 건축가의 설계안(힐튼호텔, 서린동

SK빌딩, 서울역사박물관, 올림픽역도경기장, 대우문화재단빌딩 여의도

대우증권 빌딩등)들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었다.


시대의 흐름은 역시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경복궁의 모습도 예전의 모습은

거의 사라진 잔재에 불과하듯이 힐튼도 쇄락의 길을 걷다 결국 철거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어떻게든 존속 시키려는 김종성 건축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발업자의 이윤과 보존 모두를 충족 시킬 수 없어

힐튼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건축 문화가 살아 숨쉬는 서울을

꿈꾸던 김종성 건축가의 꿈은 여전히 누군가의 힘을 빌어 꿈틀 거리고 있다.

건축물과 역사가 공존하는 그런 도시를 꿈꾸면서.


입구에 키스하는 남녀 동상이 유명했고 시원한 남산 뷰가 멋진 객실과 외국

어느 호텔에도 비견할 만한 멋진 로비를 가지고 있어 많이 방문했던 그 곳

추억의 책장으로 존재한다. (도서의 사진이 잘려져 있어 이웃님의 사진을

사용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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