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프레드 포드햄 그림,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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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디스토피아 고전 중 하나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소담에서 그래픽 노블로 출간하였다. 몇번을 읽으며 '아 조금 쉬운

그림으로 만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여러번 했는데 이렇게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에 받아 들고 과연 '존'은 어떻게 표현되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편다. 문화의 차이인지 내가 생각했던 존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그려졌다.


34층짜리 잿빛 건물, 잉태, 탄생. 여기까지는 정상적이다. 그런데 난자가

움트고, 발육하고, 분열한다. 난자 하나에 태아 하나라는 일반적인 공식이

아닌 무더기로 싹이 생겨나고 태아가 되고 어른이 된다. 인간은 모든

인간을 공유한다는 지침과 태어나면서 이미 어떻게 성장하고 교육할지가

정해진 사회. 인간의 존엄성은 아예 존재하지 않고 다만 만들어진

물건이며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된 세계. 모든 인간을

공유한다는 개념에 따른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지만 어디에서도 생명에

대한 존엄과 가치 그리고 무게감은 보이지 않는 세계. 스스로 의식과

생각을 제어하지 못하고 '소마'라는 약물에 의지해야 하는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계. 이 세계는 태어 날 때 부터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이라는

계급이 부여되는 아이러니한 세계이다. 어차피 기계적 생산에 의해 태어나는

것인데 여기서 계급이 나뉜다는 것은 무작위 추출인가 아니면 동일생산체계

속에 발생되는 우성과 열성의 차이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계급사회의

신분 구조는 기계화 문명에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

마음이 착잡해졌다.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광기서린 축제의 현장은 인간이길 포기한 이들의

'도살제'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장면 전에 등장하는 '멕베스', '햄릿',

'리어왕'의 구절들은 도살제의 전주곡인양 절묘했고 군중들의 '채찍질을

보고 싶다'나 '죽여라'는 외침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받으라고 소리치던

유대인들의 광기와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광기의 희생양으로

사라지며 또한 여운을 남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 책은 1932년 그때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변해 갈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간 스스로 자존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대해

경고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분명 예전에 비해 많아 달라졌고 훨씬

편해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흠 잡을데 없이 완벽하고 너무 멋진신세계지만

이마저도 정답은 아니다. 현대 문명은 우리가 꿈꾸던 것들을 벌써 이만큼

가까이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그 문명은 우리에게 희망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 책은 분명 1932년에 2540년을 꿈꾸며 쓴 허구적인 소설이지만

풍자와 사실적 묘사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거듭 경고한다.

일단 읽기는 훨씬 수월하다. 다만 눈이 안좋은 나에게 작은 글씨는 또다른

장벽이 되어 돋보기를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책의 방대한 분량을

효율적으로 살리고 죽이는 방법으로 스토리의 흐름이 끊기지 않아 읽기

수월했다. 학생들에게 권해도 될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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