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논쟁 대화법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시형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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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논쟁에서 이기는 말싸움 기술'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뭐가 그럴듯한 이야기를 기대한 우리에게

멋지게 한 방 먹이고 시작한다. 쇼펜하우어는 '태생적 악의'인

인간에게 순수하고 순진한 마음으로 논쟁에 참여하는 것은 전쟁터에

총 대신 십자가나 꽃을 들고 나가는것과 같다고 일침을 가한다.

그래서인가 이 책은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을 소개하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지독하리만치 솔직하다.


'진리는 심연 속에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Democritos)

의 말이다.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모양의 흔적들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허울뿐인 진리를 쫒기위해 허둥대는 것은 상대방에세

칼자루를 쥐어 주고 빈 몸으로 있는 것과 같다. 가급적 논쟁을 피하되

이기기 위해 하는 논쟁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이기는 것이 우선이다.

때론 객관적 진리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을 때도 있고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이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쇼펜하우어의 조언을 들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상대를 이성적이 아닌

감정 폭발 상태로 만들어 흔들기나 모순이나 미세한 차이를 빌미로

물고 늘어지거나 비꼬는 말투나 억지스러운 주장으로 상대로 하여금

반항의 여지조차 가지지 못하게 만들거나 인신공격등으로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상대를 너덜너덜해지게 만드는 방법들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려 하는 것이 요즘 정치판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다만 논쟁을 하는 상대도 이기는 논쟁 대화술을 사용한다면

논쟁은 모두에게 실익은 하나도 없는 파멸적 상황만 만들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토피카에서 대화술의 목적을 '진리'와

'이기는 것'으로 설명하는데 쇼펜하우어는 그의 대화술의 한계를

지적하며 말이라는 칼로 싸우는 일에서 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함을 강조한다. 객관적으로 틀릴 수 있지만 상대방의 주장에서 논박

가능한 사안들을 찾아내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자신의 주장의

정당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저자의 조언 중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라'는 부분은 알고는 있지만 궤변을 늘어 놓는 이들을

만나면 일단 피하고 보는 것이 일상이고 괜히 말이 길어지면 더

불쾌해 질까봐 상대를 안하다 보니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쇼펜하우어의 논쟁대화법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고 이기기 위한

무자비 함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진실을 향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그 가능성에 다가서는 노력의 일환으로서의 대화법을 이야기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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