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나를 붙잡을 때 - 큐레이터의 사심 담은 미술 에세이
조아라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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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을 담다. 무언가에 사심을 담으면 평소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고

볼 수 있었던 것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큐레이터가 바라 보는 미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하는 궁금증과 작품의 깊이와 소리를 듣고 반응라여

누군가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이 흥미가

생기기도 한다. 저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10여년을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어떤 시대의 한 사람이 그려 낸 장면이 시공을 초월해 자신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는 듯 하여 미술을 업으로 선택했다고 전한다.


브뤼셀에 있는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의 기억이 생생한 르네 마그리드의

작품 '빛의 제국'을 보고 있노라면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 오버랩 된다.

두 작가 모두 빛과 어두움이라는 묘한 대비를 작품의 소재로 삼는데

느겨지는 안온함과 여백 그리고 강렬함이 거의 흡사하다. 시선의 차이는

분명 색다른 관점을 소환하며 그 관점은 깊은 영감과 가슴 벅참을

가져오기도 한다. 빛은 어둠의 허점을 찾아 그곳을 투영하고 어둠은

그 빛을 가로 막으려 온몸을 내던지며 그 틈새를 뚫고 나오는 밝음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밝음이 아닌 신성함마저 가진다. 작가는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마음을 알아주고,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순간을 선사하는 저자의 글은

우리에게 작품을 대하는 다른 관점과 의미를 제시한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소 제목을 기가막히게 뽑아 낸다. '그림에서 바람이 불어와'나

'공기에 그림을 그려 본 적 있나요'나 '엄마 거미의 위태로운 위용' 같은

제목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덕분에 목차를 보고 그 챕터들을

먼저 읽었다. 단순한 미술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해설이었라면 분명

책장을 쉽게 덮어 버렸을텐데 작가의 일상과 그속에 담긴 감정들이

여과없이 드러나니 감정 이입과 더불어 책 장이 수월하게 넘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모티브로 만든 '헤어질 결심'

(박찬욱감독, 2022)을 화가의 작품과 비교하며 설명하는 점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의 향연을 표현한 모네의 작품 해석은

탁월했던 것 같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은 미술 산책을 한 기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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