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시인 나태주. 시인에게 꽃은 삶이고 노래이고 글이다. 대표작인
'풀꽃'을 비롯해 꽃에 관한 많은 시들을 지었는데 시로 다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을 산문으로 풀어냈다고 한다. 이 산문집은 공주에 있는
풀꽃문학관 개관 10주년 산문집으로 4월 머위꽃에서 시작하여 8-9월
부래옥잠을 만날 때 까지의 기록이다.
올 해 겨울은 지난하다. 이제 봄인가 싶었는데 전국이 겨울 왕국으로
변했다. 마치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나 하려는듯 하얗게 덮여 버린
세상은 '해마다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 멀리서 망설이면서 더디게
더디게 온다. 발자국 소리만 들려준다든가 숨소리만을 미세하게
들려주다가
어느 날 벼락 치듯 달려온다. 아니, 온 세상을 덮어버린다. 올해의 봄은
또 그렇게 올 것이다'는 시인의 말처럼 이미 온듯하나
아직 겨울이다.
그러나 이내 봄은 올 것이다.
저자가 시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 배경이 된 고교 시절 국어 선생님을
추억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이 깊다. 이미 고인이 되신 선생님 댁
담벼락을 수놓고 있는 '시'라는 글은 시인의 가슴에 여전히 살아
숨쉬고 계신
스승을 기억한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80대의 노인이 된 시인이
선생님의 40대를
기억하며 쓴 시를 읽으며 학창시절을 잠시 떠올려
보았다. 우리의
학창 시절은 많은 추억을 가진다.
시인은 자주 꽃을 사람에 비유한다. 이 책에서도 그렇다. '이제 나에게는
꽃이 다만 꽃이 아니고 사람이기도 하다.'는 문장을 통해 시인의 생각을
엿본다. 시인을 세상에 널리 알린 계기가 된 교보문고 담벼락의 문장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에서 이미
시인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 글을 읽을 때 마다 자꾸 이 노래가 겹쳐
들린다. '사람이 꽃 보다 아름다워...'. 마치 광대나물을 보며 '너희들 세상이야
잘 놀다들 가거라'라는 글귀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의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가 오버랩
되는것 처럼 말이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