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 흥미로운 역사가 담긴 16통의 가장 사적인 기록, 편지 세계사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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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묘한 향수를 가진다. 학생시절 좋아하는 여학생 가방에 몰래

넣어두고 답이 오길 기다리는 그 마음, 가장 친한 친구의 임종을 앞두고

마음으로 전한 편지 한줄한줄을 써 내려가는 마음, 타국에서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엉엉 울던 그 마음, 휴대폰과 전화가 대세인 요즘 아직

우리에게 편지는 이런 추억을 가진다. 이 책에는 역사 속 주요인물들의

편지 16통과 그에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의 버팀목이었던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나 생과

사의 기로에서 구차하지만 삶을 선택하며 자신이 해야할 일인 역사편찬을

끝까지 마친 사마천의 글, 링컨의 노예 해방운동에 얽힌 비하인드 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조가 그의 정적이자 어쩌면 가장 믿었던 인물인

심환지와 주고 받은 비밀 서찰이나 윤봉길 의사의 '어머니 전상서와

'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등은 처음 접해보는 글이라 새롭고 흥미로웠다.

인간 정조. 그의 군주이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그의 편지에는 '혀가 닳을 지경이다. 늙어 머리가 세었다. 생각없는

늙은이라 하겠다. 너무 답답하다'등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보일 만한

감정과 언사를 서슴없이 사용한다. 정조는 숨을 거두기 13일전까지 그와

서찰을 주고 받았다고 하니 이쯤되면 심환지는 정적이 아니라 절친이

아닐까.

이 책에는 편지가 쓰여지던 당시의 장면을 보여주는 이미지가 들어 있어

생생함을 더하며 여기에 시대적 배경이나 사건을 통해 역사의 이해를 돕고

독자의 가독성을 높인다. 역사는 늘 이면을 가지며 그 이면은 누군가에 의;해

밝혀지지 않으면 늘 감춰져 잇어 더욱 흥미롭다. 역사의 잊혀진 부분들과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들을 통해 그 시대의 상황이나 그런 결정과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나는 내일

7시에 총에 맞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필리핀의 독립을 이끌었던 호세

리살(마닐라에 있는 리잘 공원은 140에이커(171384평)의 규모를 가진 도심

공원이다)의 마지막 비밀편지는 여러 생각을 가지게 한다.

'조국의 새벽을 물들일 주홍빛이 필요하다면 조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 나의 붉은 피를 흩뿌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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