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가 그의 버팀목이었던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나 생과
사의 기로에서 구차하지만 삶을 선택하며 자신이 해야할 일인 역사편찬을
끝까지 마친 사마천의 글, 링컨의 노예 해방운동에 얽힌 비하인드 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조가 그의 정적이자 어쩌면 가장 믿었던 인물인
심환지와 주고 받은 비밀 서찰이나 윤봉길 의사의 '어머니 전상서와
'강보에 싸인 두 병정에게'등은 처음 접해보는 글이라 새롭고 흥미로웠다.
인간 정조. 그의 군주이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그의 편지에는 '혀가 닳을 지경이다. 늙어 머리가 세었다. 생각없는
늙은이라 하겠다. 너무 답답하다'등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보일 만한
감정과 언사를 서슴없이 사용한다. 정조는 숨을 거두기 13일전까지 그와
서찰을 주고 받았다고 하니 이쯤되면 심환지는 정적이 아니라 절친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