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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울의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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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bsy
(
) l 2023-05-29 02:34
https://blog.aladin.co.kr/787218140/14620012
아치울의 리듬
호원숙 지음 / 마음의숲 / 2023년 5월
평점 :
우리에겐 박완서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분이지만 저자에겐 엄마이자
자신에게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안타까워하며 글을 쓰게 해 준
스승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저자는 어떤 구성이나 얼개,
틀을 짜지 않고 글을 쓴다. 마치 사진가의 셔터 처럼 일상 속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 순간을 영원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그녀만의 글쓰기는 쉽고 서로 유기적인 조화가 돋보인다. 그 자연스러움이
좋다. 물론 선생님 글의 정겨움은 저자의 글 곳곳에서 생채기 마냥 흔적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작가 특유의 문체는 신선하고 좋다.
낯섬이 아님 익숙함이지만 순수하고 꾸밈이 없다. 억지로 잘난척을 하지도
않고 애써 태연한 척도 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날것이면서도 그 안에
규칙과 방법이 존재한다. 그래서 저자의 이 소리는 투정이 아닌 진심으로
들린다. '주섬주섬 쓰다 보니까 쓰기 시작할 떄의 감정이 달아나버렸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저자에게 일상은 곧 도화지이며 삶을 통해 그 빈 곳을
자신의 방식으로 채워 나간다. 어머니와의 추억, 일상에 대한 회상, 오징어
게임, 수도원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는 서신,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 등은
왜 그녀가 작가인지를 보여준다. 시류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분노와 아픔,
그리고 애틋함을 느끼게 한다.
저자의 글에서 박완서 선생님의 '노란집'이 느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치울 마을에서 살며 쓴 글을 모아 엮은 책에는 노년의 느긋함과 너그러움이
수수하지만 인생의 깊이와 맛을 아는 맛이 절로 느껴지는 글들로 가득한데
저자의 글에도 그 감정이 생겨났다. 이 책의 서문에 저자의 글이 있다. '이 잡는
풍경까지 그립게 만드는 유머감각'. 어머니의 그런 모습이 저자에게도 들어있어
서인가. 읽는 내내 편안함을 느꼈다.
저자는 '바라보는 것이 영감을 주었고 아름다웠으므로 그때그때 잊지 않기
위해 쓰게 되었다. 스쳐 지나가는 자연과 좋은 인연의 사람들, 일용할
양식들의 감촉을 기록하고 싶었다'는 말로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의 일상이 촘촘하고 섬세하게 담겨있다. 구리시 아차산
산자락에 위치한 아치울은 그녀의 어머니인 박완서 선생님이 지내시던
곳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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