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류가 아니어도 시류와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면 왕조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두개의 가문이 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합스부르크가는 스위스 호족 출신이고 러시아를 대표하는 로마노프
가문은 러시아 이주 독일 귀족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그들이 왕조와 가문을 이루고 유지하기 위해 흘려야 했던 피와
노력은 대단했다. 배후의 실세들에게 '어차피 무능한 인간이고
꼭두각시 삼기에 적절하니 적당히 쓰다 버리면 된다'며 업신여김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견디며 살아 남은 결과가 지금 우리가 대단하게
생각하는 바로 그 가문들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로마노프 왕조는
쌍두독수리를 상징으로하며 1613년부터 1917년까지 차르국과
러시아 제국을 통치한 왕조로 정식명칭은 러시아어로 골시테인-
고토르프-로마노프(Гольштейн-Готторп-Романов)이다. 이 책은
그런 로마노프 가문의 흥망성쇄를 특유의 명화 소개로 유명한 나카노
교코(なかのきょうこ)의 독특한 설명과 역사, 문화 등을 버무려 사뭇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환상에 빠지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