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읽는 러시아 로마노프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4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류가 아니어도 시류와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면 왕조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두개의 가문이 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합스부르크가는 스위스 호족 출신이고 러시아를 대표하는 로마노프

가문은 러시아 이주 독일 귀족에서 그 원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그들이 왕조와 가문을 이루고 유지하기 위해 흘려야 했던 피와

노력은 대단했다. 배후의 실세들에게 '어차피 무능한 인간이고

꼭두각시 삼기에 적절하니 적당히 쓰다 버리면 된다'며 업신여김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견디며 살아 남은 결과가 지금 우리가 대단하게

생각하는 바로 그 가문들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로마노프 왕조는

쌍두독수리를 상징으로하며 1613년부터 1917년까지 차르국과

러시아 제국을 통치한 왕조로 정식명칭은 러시아어로 골시테인-

고토르프-로마노프(Гольштейн-Готторп-Романов)이다. 이 책은

그런 로마노프 가문의 흥망성쇄를 특유의 명화 소개로 유명한 나카노

교코(なかのきょうこ)의 독특한 설명과 역사, 문화 등을 버무려 사뭇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환상에 빠지게도 한다.

로마노프의 역사는 문화와 예술의 역사라고 할 만큼 밀접하다.

특별히 로마노프 왕조 때인 1764년 설립된 러시아 최대 미술관인

샹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은 원시시대부터 르네상스와

근세에 이르는 작품을 망라하여 약 300만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은인(隱人)의 암자(庵子)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브누아의 성모>, 렘브란트 반 레인(Rembrandt Van Rijn,

1606~1669)의 <다나에>, <방탕한 자식> 등의 소장품과 르네상스 고대

유물과 보석류, 장식미술도 만나볼 수 있는 보고이다. 일견 부럽기도 하다.

나폴레옹 1세와 알렉산드르 1세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국가의 힘이 권력

이기에 나폴레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자존심을 굽혀야 하는 알렉산드르의

모습은 청의 대군 앞에 임금이 머리를 조아려야만 했던 남한산성이 기억나게

한다. 힘이 없는 나라의 국왕은 정말 비참하다. 코르시카 사투리가 너무 심해

잘 알아 들을 수 없는 모국어를 하는 나폴레옹과 어려서부터 배운 유려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알렉산드로, 머리도 벗겨지고 단신인 볼품없는

나폴레옹과 늘씬하고 귀티가 흐르는 알렉산드로는 묘한 대비를 이룬다. 역시

국력이 강해야 하나. 그러나 결국 나폴레옹은 러시아를 정복하지 못했고

러시아는 볼세비키 혁명에 의해 무너진다.

보통의 미술 서적은 그림에 대한 설명이나 사조 혹은 작가 중심의 서술이

많은데 이 책은 그림과 함께 시대 상황 역사 그리고 비하인드까지 더해져

읽는 이의 흥미를 계속 이어가게 만든다. 연표와 도표 그리고 다양한

작품들이 들어 있는 이 책 한권으로 러시아 미술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