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인간. 사실 둘은 불가분의 관계다. 어느것 하나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다만 둘의 관게가 철저한 종속의 관계인지 아니면 수평관계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신이 강조되던 사회에는 당연히 종교가 우월했고
인간이 중요시 여겨지던 사회에는 인간 중심의 문화가 성행한다. 미술
작품을 표현하는 방식도 그렇다. 십자가 상의 예수를 그릴 때도 중세에는
당당하고 살아 있는듯한 모습으로, 르네상스에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으로 표현해 당시의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여기에는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의 '다른 눈'이 작용한다. 현실을 성찰하며 현실 세계의
아름다움은 신적인 아름다움의 반영이며 현실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은 신의 세계로 통하는 최소한의 걸음이라 여겼기에 현실 세계에 대한
긍정을 통해 신의 세계에 접근한다. 이에 반해 중세 시대의 그림은 눈에
보이는 세계가 아닌 영적 세계에 더 집중하다 보니 각각의 필요에 따라
이콘(icon 이콘의 특질은 그리스도나 성모 등의 상이 ‘그려진 것’이라는
점에 그치지 않고 문자 그대로 성스러운 원상(原像)의 ‘현시’로 파악된
점에 있으며 그것들은 대개의 경우 몇 개의 유형에 따라 묘사된다.
동방교회에서 발달한 예배용 화상, 명칭은 ‘상(像)’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이콘에서 유래한다)의 배치나 크기가 달라진다. 얼핏 이게 명화 맞나 싶은
그림도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는 그림들이 상당수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