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바이블 - 인류 문명과 종교의 기원을 찾아서
김정민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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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단군의 나라, 카자흐스탄>으로 처음 만난 김정민 박사의 신작

<샤먼 바이블>이 7년만에 출간되었다. 이미 전작을 통해 저자의 풍성한

지적 스픽트럼을 경험했지만 역시나 넘쳐난다. 문화와 역사 그리고 지리와

종교에 능숙한 저자의 글은 글자 그대로 '자유분방'하다. 치우치지 않음에

마음에 꺼리낌이 없고 넘치지 않기에 부담이 없어 수월하게 읽어 나갈수

있었다.

이 책의 부제는 '인류 문명과 종교의 기원을 찾아서'이다. 역사 연구의 기본은

사료이지만 사료만으로 역사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기에 풍습, 지리, 구전,

천문, 민속, 전설 여기에 토속적 현상까지 더해 나름의 설득력을 더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샤머니즘은 결코 미개한 종교가 아니다'. 정치적 혹은 종교적

의도와 편향에 의해 왜곡되고 날조되었지 무지와 야만의 종교가 아니며 기독교, 불교, 이슬람, 힌두교 등 대부분의 종교는 샤머니즘에서 출발했다는 도발(?)적 발언을 내놓는다.

이 책의 중심은 '동양'이다. 그것도 일반적으로 동양의 중심으로 다뤄지는 중국이 아니라 변방의 카자흐스탄과 한국을 중심으로 두며 설명한다. 물론 학계의 정설도 아니고 깊이 있게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술서도 아니기에 증명이나 정확성에 문제가 있음은 차지하더라도 시야의 변화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성과 이질적 접근은 신선하며 흥미롭다.

첫장에서 언급하는 중앙아시아 홍수 신화에 대한 내용은 부분적으로 아주 조금 다를 뿐(누흐-노아, 탱그리-야훼, 남녀4명씩 8명-가족8명, 제비-비둘기등) 성서의 그것과 거의 흡사하다. 물론 비슷한 홍수 신화는 중동지역 고전 서사시인 길가메시 서사시나 아트라히시스 서사시, 수메르 판본, 라스 시므르 문헌등에 유사한 글들이 나온다. 또한 성서에서 말하는 인간 창조 부분의 진흙 부분도 그렇고 선악과에 대한 접근 방법도 그렇고 기독교인들이 본다면 펄쩍 뛸만한 부분이 여럿 등장하여 그들은 어떤 반응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한다.(사실 대충 반응은 예상이 된다. 한단고기가 세간에 알려졌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야훼, 바벨탑 사건, 탱그리의 부활, 메시아 사상 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꽤 흥미롭다.

현상은 어떤 프레임을 씌우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모든것이 옳다 그르다를 따지기 전에(만약 학술서나 논문이라면 진위가 중요하지만)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 혹은 이런 관점도 있구나 정도로 볼 수 있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다양성의 창을 열고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색다른 인식의 경험은 우리의 지적 스펙트럼을 한 꺼플 더 넓혀 줄 것이다. 어디까지 볼 수 있느냐는 각자의 역량이며 이는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역사는 어짜피 승자의 전승록이기에 우리는 승자편의 기록으로 모든 역사를 판단하고 기억해 왔다. 꽉 막혀 버린 고정관념이나 정적 프레임이 조금 지겹고 지루해졌다면 이 책을 통해 변화의 워밍업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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