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
구마 겐고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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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두명의 건축가가 있다. 노출 콘크리트를 통한 공간미를

극대화하는 안도 다다오(あんどうただお, 安藤忠雄)와 경계 건축가 혹은

긍정의 건축가로 불리는 구마 겐고(くまけんご, 隈研吾)가 그들이다.

이 책은 공업화와 탈공업화 시대를 지나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재탄생과 재생의 10년으로 기회와 가능성을 말하는 구마 겐고의 철학과

사상 그리고 그의 삶을 이야기한다. 너무 들뜨지도 않고 장황하지도 않고

딱 자신의 건축물 마냥 깔끔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소규모 프로젝트와 자신의 건축의 사유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과의

비유를 통해 실험정신에 입각한 자신의 건축을 보완 발전시키는 과정을

글로 표현해 낸다. 그는 자신의 건축을 삼륜차에 비유한다. 삼륜차가 어느

한 쪽의 축이 문제가 생기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처럼 건축 역시 체력과

주력(走力), 정신력의 세가지 요소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신용을

이야기하며 갑자기 '점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신용이 갑자기 생기지

않듯이 좋은 건축물도 '툭'하고 튀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려면 건축가는 장거리 주자와 같은 체력과 주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삶의 결과도

갑자기 툭 튀어 나오지는 않는다. 수없는 시간과 노력이 쌓여 일정의 결과가

도출되는 장거리 경주이기에 삶을 대하는 자세 역시 조급함이 없어야 한다.

노가쿠 극장을 지어나가는 과정은 아주 흥미로웠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20-

30억이 소요되는 건축물인데 가용 예산이 2억이다. 그럼 불가능한것이 아닌가.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1.8억에 지어낸다. 건축에 있어서 비용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인데 1/10 가격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저자의

글을 읽어 나가다 보니 고개가 끄덕여 졌다. 우리가 흔히 전통의 지혜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낭비의 함정들이 숨어있다. 노가쿠 극장이 그랬다. 극장을

짓고 나면 그 무대 아래에 항아리를 묻어야 소리가 울리게 되는게 일반적이라

생각이었는데 건축 음향을 연구하는 전문가에 의해 아무 효과가 없는

민간요법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통해 혁신이란 생각의 차이에서 나온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저 비용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

역시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한 것은 결코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요행을 바라지

않기에 자신의 일에 매달리고 정진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작품들을

탄생시킨다. 최소한 자기분야에서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그들이 '기본'에

충실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 이로서 일본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 났다. 가긴 가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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