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긴 여행
배지인 지음 / 델피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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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었던 아버지의 근무지인 백령도에서 태어난 섬아이 유민. 김일성 사망

소식으로 벙커에서 지내게 된 엄아가 11시간의 산통 끝에 나은 아이인 유민과 유일한 친구 지호와 동산을 한 바퀴 돌고 나올 수 있는 비밀통로를 만들었고 그 이름을 '짧고도 긴 여행'이러고 부른다. 그리고 훌쩍 커버린 아이는 더 이상 그곳에 들어갈수가 없었다.

해군 함선의 침몰로 찾아 온 아버지의 죽음과 그에 대한 책임 모멸, 폭력은

남겨진 이들이 감내하기에 너무도 큰 고통이었고 유민은 여기에서 '긍정'이라는 삶의 지혜를 발견한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발견한 실버라이닝(silver lining)은 한줄기 빛이며 간절함이 된다. 울다 쓰러진 그 어느 순간 배가 고파옴을 느끼는 유민은 여전히 인간일수밖에 없으며 남겨진 사람의 인생은 그대로 굴러가기 마련이다.

걷지 못하기 전에 딱 30년만 멋지게 살기로 작정하고 떠난 여행을 통해 더 넓은 삶을 체험하고 경험하고 느끼는 시간들은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이었고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 된다. 삶은 어차피 자신의 몫이다.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나로 인해 벌어지고 발생하는 현실이고 다가서는 지금이 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만나고 회복하고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길은 서해의 한 섬에서 육지로 그리고 프랑스로 이집트로 이어지며 그녀를 만져 나간다.

유민의 삶은 구도자의 그것과 유사하다. 무언가를 찾으며 갈망하는 삶, 그러나 그 무언가를 만나기 전에 느껴지는 공허함과 박탈감 그리고 허무함은 모두에게 지독한 상실감을 제공한다. 결국 인생은 강물 같은 것인데 그렇게 흘러가는 것인데 우리의 욕심은 그것을 멈추려 하고 그것을 막으려 한다. 강물은 그대로 흐를 뿐이다.

전체적으로 편안하다. 읽기도 느끼기도 호흡하기도 편안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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