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바다의 포식자인 향유고래의 공격에 다리를 잃은 에이해브 선장의
복수가 담긴 추격소설로 1851년에 쓰여졌다. 사실적 묘사가 돋보여 마치
현장에 있는듯한 생동감을 주며 포경 산업과 작업 과정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 레이먼드 비숍의 목판화까지 더해져 몰입감을 높인다. 태평양의
흰고래를 쫒는 외다리 선장의 이야기에 고래잡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성경(때문에 신성모독이라는 낙인이 찍힘)과 그리스 신화를 넘나드는 전개는 741페이지라는 분량이 결코 많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여기에 인간의 이기적인 탐욕과 욕망, 어그러진 영웅상, 불안한 우월감과 잔인함등이 가미된 이 책은 단순한 해양탐험소설을 뛰어 넘는 대작이다. 그래서인가. 이 어려운 책을 국민학생이던 시절 억지로 읽히고 독후감을 쓰라고 하셨던 선생님이 생각난다. '나를 이슈메일 이라 불러다오'(Call me Ishmael)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역자의 해제 분량만 40페이지가 넘는다. 솔직히 방대한 분량에
자신이 없었던 터라 해제를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그 분량과 내용에 놀랐고 이럴수 밖에 없음을 금방 인정해 버렸다. 혹 나와 같은 두려움이 있다면 역자의 해제를 먼저 읽고 본문을 대할 것을 권하고 싶다.
삶은 어쩌피 '공수래 공수거'이다. 무엇을 간절히 원하던, 무엇을 아무리 움켜쥐고 있어도 결국 우린 그것을 놓아야 한다. 그토록 갈망하고 목숨으로 마주하던 모비딕에 대한 에이해브 선장의 광기 역시 사라져 버리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죽음이라는 벽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고 존재한다. 에이해브도 그랬고 우리도 그렇다. 무엇을 쥐었건 무엇을 가졌건 예외는 없다. 그래서
신은 공평하다고 하는것 같다.
방송의 힘은 역시 대단하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책으로 소개되자 도서관에 비치된 책들은 모두 대출 중이고 서점엔 때아닌 특수가 이어졌다고 하니 그 영향력은 결코 무시하기 어렵다. 나도 드라마를 봐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