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클래식 - 천재 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음악 세계
오수현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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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의 우주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클래식의 세계는 여전히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이 우세하다. 요즘 많이 대중화된 느낌이지만 아직 클래식은 조금 먼 나라 이야기

같다. 그런 우리에게 저자는 색다른 접근을 통해 친근하고 따뜻한 때론 재미있기까지한

클래식을 이야기한다. 그것도 교과서나 백과사전에서 읽었을법한 이야기가 아닌

천재음악가들의 아주 사적인 삶을 이야기하며 '지적만족감'을 누릴 수 있길 기대한다.

<마왕 D.328>은 내가 참 좋아하는 곡이다. 괴테의 시에 슈베르트가 노래를 붙여 탄생한

이 곡은 피아노의 긴박감 넘치며 다이나믹한 옥타브의 셋잇단음표 연주가 도드라지는

곡으로 처음 이 곡을 들은 고등헉생인 나는 전율을 느꼈었다. 무언가에 압박당하는 느낌,

무언가에 옥죄이는 느낌, 어디론가 달아나야 한다는 강박감등은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매일 아침 곡을 쓴다. 한 곡을 다 쓰면 곧바로 새로운 곡을 쓴다'고 할

정도로 슈베르트의 작곡 스타일은 특별하다. 쇼팽이나 드뷔시 같은 작곡가들은 하루 종일

피아노 앞에 앉아 있어도 한 두마디 밖에 쓰지 못하는데 말이다. 작고 뚱뚱한 체형때문에

'작은버섯(schrwammerl)'이라 불리던 그는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수줍음을 사랑이 담긴

곡으로 표현했다고 할 만큼 그의 곡은 사랑의 감정이 풍부하다. 그러나 역시 천재는

단명하는가. 슈베르트 역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채 홍등가를 전전하다 매독에

걸려 죽는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베토벤의 곁에 안장된다. <겨울나그네 D.911>,

<교향곡 8번 '미완성' D.759>, <현악 4중주 14번 '죽음의 소녀' D.810> 등은 언제 들어도

좋다. 그의 생이 10년만 더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너무 짧은

생(31세)을 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슈베르트를 밤의 향락으로 이끌었던 친구 쇼버는

86세까지 장수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유독 눈에 들어 오는 가문이 하나있다. 헝가리에서 가장 부유하고

권세있는 가문인 에스테르하지(Esterhazy) 가문이다. 음악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당대

실력있는 음악가들을 전속 음악가로 채용하였는데 하이든(Franz. J. Haydn)은 29세부터

이곳 음악 책임자로 지내며 수없이 많은 곡들을 써냈다. 2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10여명이 넘는 성악가들이 상주했던 이곳은 탁월한 근무환경으로 하이든이 원하는 어떤

악기와 음악가들을 구해주었고 도시와 멀리 떨어진 탓에 작곡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하이든 스스로 '나는 세계와 차단되어 있다. 그래서 나를 괴롭히거나 현혹하는 것이 없다.

덕분에 나는 독창적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우리의 발칙한(?) 저자는 이를 두고

'음악노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뭐 어쨌든 그 음악노예 덕분에 우린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가곡을 만날 수 있다. 하이든 이후 그 자리는 후멜(Johann Hummel)이 이었고 '그리스 신의

모델'이라 불리며 클래식 음악 사상 최고의 플레이 보이라 평가되는 미남 피아니스트

리스트(Franz Liszt)는 이 가문의 관리인의 아들이었다. 한 가문의 영향력과 힘이 예술과

음악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면 권력과 금력은 사용하기 나름인 양날의

검인것 같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충복의 아내를 가로챈 최악의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히틀러가

사랑한(나치의 집회는 항상 바그너의 '나벨룽갠의 명사수 서곡'으로 시작했고 유대인들을

가스실로 보내는 길엔 '탄호이저 중 순례자의 합창'이 흘러 나왔다) 바그너, 한 여인과 13년간

1100여 통의 편지를 주고 받지만 단 한번도 만나지 못한 차이코프스키, 구상에 착수한지

20년만에 자신의 첫번째 교향곡을 내놓은 브람스(지휘자 한스 폰 빌로는 브람스를 바흐,

베토벤과 함께 위대한 3B라고 불렀다) 등이 나온다. 왜 위대한 작곡가들은 키가 작을까.

슈베르트는 156cm, 베토벤이 160cm, 모짜르트와 말러가 163cm, 바그너는 166cm, 그나마

조금은 크다는 쇼팽이 170cm로 유독 작았던 이들에 비해 돋보이게 컸던 라흐마니노프

(198cm)등이 등장한다.

처음 이여기 하듯 이 책은 정말 사적인 음악세계가 여기저기서 등장하며 천재 음악가들은

이렇게 저렇게 엮여있다. 은밀한 이야기가 재미있듯이 사적인 천재들의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혀진다. 특별히 첨부한 QR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는 120곡은 클래식 향연이다.

눈과 귀가 즐거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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