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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준 PD·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 아름다움과 맛에 인문학이 더해진 PD와 화가의 제주도 콜라보
송일준 지음, 이민 그림 / 스타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이 핑계 저구실로 미루다 보면 나이만 들어간다.' 옛 어른들의 말씀이 틀리지 않음은
살아 보면 알게 된다. 아주 오래전 무전여행을 떠나겠다는 갓 스물의 손자에게 할머니는
'그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많이 보고 많이 놀아. 늙으면 하고 싶어도 못혀'라고
말씀하시며 쌈짓돈을 꺼내 주셨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더 들어가면서 조금씩 힘에 부치는
것들이 많아지는 지금, 할머니가 생각난다.
이 책 참 정겹고 친절하다. 전문 여행서처럼 단락을 나눠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길 닿는대로 움작여지는대로 걸음을 옮기며 직접 경험한 것을 글로 풀어 놓으니 이해가
쉽다. 진즉에 내가 겪었던 '검은오름'과 '거문오름'의 실수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 같다.
내 주위에도 여럿있다. 비슷한 경험을 왜관 성당과 대성당 사이에서 했다.놀랍게도 여기서
대성당은 큰(대)성당이 아니라 금은방이름이었다.
가파도. 나에겐 애증이 있는 곳이다. 세번이나 가려고 했으나 기성악화로 출항이 안되
포기하고 결국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다. 무려 제주도를 열 번을 넘게 갔었지만 어쩜 그리
날자를 잘 맞추는지 멀쩡하던 날씨도 나만 가면 기상악화에 특보상황이 된다. 갈때 마다
그런것 같다. 덕분에 제주 흑뙈지만 여렷 죽었다. 정상 해발 20.5m. 워낙 낮게 자리 잡은
곳이라 정상이 아파트 5-6층 정도의 높이라는데 이곳에도 전망대는 있다. 그리고 저자의
말을 빌리면 경치도 좋다고 한다. 언젠가 좋은 날을 잡아 꼭 가 보고 싶다. 뭐 암튼 '가파도
되고 마라도 돼'이다.
솔직하다. 가감이 없이 직진이다. 좋으면 그냥 좋은 것이고, 싫으면 싫은 것이다. 맛있으면
맛있다고 맛없으면 맛없다고 말한다. 그래서인가 더 이 책이 마음에 든다. 책을 읽다 보면
대놓고 별로라고 말하기도 하고 가성비가 좋다고 하기도 하고 맛있다고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대놓고 솔직한 책도 근래들어 처음이다. 그래서 반갑다. 한참을 읽다 보니
마지막장이다. 저자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세상사 모를 일이다. 인생도 모를
일이다. 하루하루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