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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하늘은 하얗다 - 행복을 찾아 떠난 도쿄, 그곳에서의 라이프 스토리
오다윤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메리카 드림이 아닌 도쿄 드림을 꿈꾸며 서울 보다 더 큰 도시에서 보란듯이 행복하게 살거야라는 생각과 자기 안의 틀을 깨기 위한 여행을 한 저자에게 도쿄는 운명과도 같이 완벽한 곳이고 운명은 언제나 그랬듯이 그렇게 찾아 온다. 그리고 매 순간은 너무나 행복하고 벅차다.
시선은 나이와 환경을 따라간다. 나이가 들면 나이든 시선으로, 환경이 바뀌면 바뀐 환경으로, 혹은 상황이나 형편도 그렇다. 어릴적 그렇게 넓어 보이던 국만학교 운동장이 훌쩍 나이 든 지금 왜 그렇게 작아 보이는지 나이는 안다. 저자에게 가치죠지(吉祥寺)가 그랬다. 15년 연속 도쿄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 1위인 그곳의 모습은 유학생일때와 직장인 일때 분명 달랐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던 어린 시절의 눈과 조금은 다른 더 현실적으로 변한 지금의 나는 다르다'. 가치죠지에는 미야자키 하루오 감독의 작품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지브리 미술관(Gihibli Museum Mitaka)과 내가 좋아 하는 커피집 사이드워크 스탠드 이노카시라(Sidewalk stand inokashira)가 있다.

입학허가서의 기쁨은 누구나 같은 가 보다. 오래전 튀빙겐(Tubinggen)에서 날아 온 입학허가서를 받고 눈물이 났던 기억을 저자의 글에서 반갑게 만난다. 그러나 이 기쁨과 위로는 잠시고 집이 유난히 잘 사는 유학생이 아니라면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의 시작된다. 그리고 각자 마음의 안식처가 하나씩 생겨난다. 내게 니카강에 있는 벤치와 헤르만 헤세가 점원으로 일했던 'Heckenhauer' 서점이 그랬던 것 처럼 저자에겐 마루노우치(丸の內)가 그랬다.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을 걸으며 그렇게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내가 그랬듯이 저자도.

서울에 명동이 있다면 동경엔 긴자(銀座)가 있다. 두 곳 모두 가장 비싼 땅을 자랑하는 화려한 공간이다. 저자는 이곳에서 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재미있기만 하던 여행자에서 살아내야 하는 '삶의 현장'을 마주한다. 이곳 역시 극악하리만치 세가 비싸고 미니멀라이프는 그냥 필수다. 그렇게 직장인으로서의 동경 생활은 시작되고 돈으로 무너지고 불행해지는 현실 앞에 던져진 저자는 돈이 없어도 충만한 삶을 아직도 살아가고 있다. 어느 영화의 대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가 생각난다. 간자에는 조금 비싸긴 하지만 꼭 가봐야 돨 카이센동(海鮮丼) 전문점인 쿠로손이 있다. 단 저녁에는 가면 안된다. 가오만 있는 우리는 꼭 런치를 이용하자. 카오센동은 식초를 뿌린 따뜻한 밥 위에 해선물을 올리는 요리인데 주로 제철 생선이 회로 올라가고 아카미나 메카 같은 참치류와 안끼즈, 관자, 문어등이 들어가는 덮밥의 일종이다. 안 비쌀 이유가 하나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비싸다.
이외에도 동경엔 실물 크기의 건담을 볼 수 있는 실물 유니콘 건담과 서울의 인사동과 비슷한 아사쿠사(저자는 이곳을 천년의 시간 여행이라 부른다), 저자의 일탈의 공간이기도 한 네즈 미술관(이곳의 일본식 정원은 정말 일본스러운데 멋지다), 내가 동경에 가면 빼놓지 않고 찾는 화과자와 예스러운 내부가 일품인 토라야 도쿄와 열풍식 로스팅기로 로스팅하는 뉴질랜드 대표 커피인 플랫 화이트가 맛있는 올프레스 에스프레소 도쿄 로스터리등이 있다.
이 책 참 생생하다. 자주 다니던 곳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불쑥 나오고, 그곳의 생생함이 말 그대로 '살아있다'. 저자 덕분에 코로나로 잊고 있었던 그곳의 거리가 그리워진다. 여권을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