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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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랑을 필요로 하고 그 사랑을 끝없이 갈구한다. 진짜 사랑하면 비오는

밤 먼 곳에 있는 그 누군가의 작은 숨소리까지 들린다고 하는데 '과연 나는 진짜

사랑을 하고 있나?'라는 물음을 해 본다.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고 돌아 온 날 밤 잠자리에 들어도 여전히 몸이 파도에

출렁이는 느낌, 한 낮의 해변에 드러누워 눈을 감아도 태양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

그런 식으로 너는 늘 내 안에 있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에쿠니 가오리다. 풍부한

감성과 직설적이고 저돌적인 단어들 역시 에쿠니답다. 정말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모든것이 나의 일상이 되고 생각이 멈춰진다. 나의 기억의 그 언젠가도

그랬던 것 같다. 내면의 얼굴을 보기 위한 거울이 사랑이고 깊은 사랑의 얼굴을

통해 우리는 본래의 나 자신과 만난다. 사랑에 지름길은 없다.. 사랑은 갈등이며

가파른 고갯길이다. 온전한 사랑에 도달하기 위해 마주치는 모든것이 사랑이다.

때문에 우린 목숨을 걸고 사랑한다. 삶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목숨으로 사랑할때

우린 진면목의 나를 만난다.

자신이 신지의 갈비뼈로 만들어 졌다고 믿는 미요(그러나 그녀는 세명의 남자를

만나고 있다)와 그걸 인정하는 산지. 미요의 '누군가 한사람에게 전심전력으로

녹신녹신해진 채 살아갈 순 없다'는 말은 너무나도 솔직하다. 어쩌면 우리에겐

그럴 용기도 그렇게 하지 않을 용기도 없는것은 아닐까. 미요는 그것을 뛰어 넘어

자신에게 솔직하다. 길거리에서 자신을 섹시하다고 말하는 대학생과의 섹스도,

일로 만나는 이들과의 섹스도, 그렇게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서도 여전히 신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미즈와리(水割)가 나온다. 미즈와리는 위스키에 물을 타서 먹는 음용법으로 일반적으로 사케, 소주, 위스키 등의 술에 물을 넣어 1/2 이상의 농도로 희석시키는 것을 말한다. 더운 물을 이용하면 오유와리(湯割)가 되는데 오유와리는 물을 먼저 4할을 따른 뒤에 술을 넣어 만든다. 개인적으로 미즈와리가 훨씬 맛있다.

이 책은 1989-2003년 사이에 쓴 글의 모음이다. 가장 에쿠니 다운 작품이라는

'선잠', 현실의 본질적인 고독과 결핍 그리고 소수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진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상대에게 안겼을 때의 그 익숙함과 편안함을 이야기하는'녹신녹신'등이 들어 있다. 그녀는 왜 글을 쓰느냐는 질문에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어서'라고 대답한다. 그의 작품을 좋아 하는 나로선 그녀의 이 대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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