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孤獨). 고독은 무언가 존재하다 사라진 자리이며 사라진것을 그리워하며 아직도 남아
있는 무언가이다. 이 시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무의미한 함께 있어도 홀로인 시간이다.
그래서 한자 고독(孤獨)은 와로울 고(孤)와 홀로 독(獨)을 사용한다. 홀로 매달려 있는 오이,
홀로 오도카니 앉아 있는 개와 애벌레, 모두는 미래를 알 길이 없이 각자 무료하고 쓸쓸한
시간이다. 모두가 사라져 버린 그것과 여전히 잊지 못하는 그것이 고독으로 만난다. 저자는
이를 '온기는 식고 기억의 빛은 바래도 고독은 찬란하다. 쓸쓸하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앤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침묵보다는 훨씬 덜 무거운 침묵을 만났고, 최선은
아니지만 이제는 책임져야 할 선택들을 만났고, 상대의 감정을 헤아려야만 만날 수 있는
연민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