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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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서>와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에 이은 황경신 작가의 신작 <달 위의

낱말들>을 만난다. 단어 하나와 그에 대한 이야기, 여기에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과

전지나의 일러스트까지 더욱 풍성해진 느낌이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고 기대하는 것을

사진으로 찍는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작가의 경험과 생각, 시선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특별히 작가는 이 책을 부디 순서대로가 아니라 펼쳐지는대로 읽기를 권한다. 각각의

낱말들과 그 안에 담긴 생각을 정리해 보는것도 자신과의 대화의 좋은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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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우리 모두는 두려움을 가진다. 한자 두려울 공(恐)은 굳을 공(巩)과 마음 심(心)이

만나 이루어졌다. 공은 흙을 다지는 도구인 달구를 들어 땅을 내리치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여기에 심이 더해져 '달구로 심장을 내리치다'는 의미가 된다. 두려움은 심장을

내리치는 아픔이고 기억이다.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에 대한 막연함, 혹은 이미

겪었기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찔함이 두려움이 된다. 존재의 이탈과 신체의 급변함

이러한 두려움에 두려울 포(怖)가 결합하여 공포가 된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무형의 적과

싸울 방법은 없다. 이에 저자는 요코야마 히데코(横山秀子)의 소설 <클라이머즈 하이>에

나오는 한 문장을 떠올린다. '밥을 먹고 나면 무섭지 않다'. 역시 '밥심'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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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孤獨). 고독은 무언가 존재하다 사라진 자리이며 사라진것을 그리워하며 아직도 남아

있는 무언가이다. 이 시간은 서로가 서로에게 무의미한 함께 있어도 홀로인 시간이다.

그래서 한자 고독(孤獨)은 와로울 고(孤)와 홀로 독(獨)을 사용한다. 홀로 매달려 있는 오이,

홀로 오도카니 앉아 있는 개와 애벌레, 모두는 미래를 알 길이 없이 각자 무료하고 쓸쓸한

시간이다. 모두가 사라져 버린 그것과 여전히 잊지 못하는 그것이 고독으로 만난다. 저자는

이를 '온기는 식고 기억의 빛은 바래도 고독은 찬란하다. 쓸쓸하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앤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침묵보다는 훨씬 덜 무거운 침묵을 만났고, 최선은

아니지만 이제는 책임져야 할 선택들을 만났고, 상대의 감정을 헤아려야만 만날 수 있는

연민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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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재능이 돋보이다 못해 부럽다. '너에게'와 '나에게'라는 서술 방식도 새롭지만 무엇보다

주어진 단어를 풀어가는 방식의 독특함과 그 유연함은 솔직히 많이 부럽다. 글 쓰는 이의

가장 큰 행복 중 하나가 제시된 단어에 잘 어울리는 옷을 입히는 것인데 아주 '안성맞춤'이다.

28개의 단어와 사진, 일러스트 모두가 화려하진 않지만 조화롭고 여유롭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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