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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무기가 되는 사기 - 지혜가 꼬리를 무는 77가지 이야기 ㅣ 슬기로운 동양고전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6월
평점 :
고정적인 서명이 없이 태사공서 혹은 태사공기를 줄여서 태사공(太史公)이라 불렸던 책을
삼국시대부터 태사공서의 전문 명칭있고 역사서의통칭인 사기(史記)로 사용하게 되었다.
사기는 본가, 표, 서, 서가와 열전 다섯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역사상 제왕 등 정치의
중심인물들이 기술된 본기, 세가, 열전등을 통해 인물 중심의 새로운 역사서는 창립하였고
역사서 부분의 주요부분인 본기와 열전의 한 글자씩을 따서 기전체역사서라고 부른다.
예리한 통찰력과 객관적인 냉철함을 가진 사마천의 '사기'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파헤치며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교훈을 주며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탄위관지(嘆爲觀止).
오나라 왕자 계찰이 노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초소(招箾)의 춤을 보고 한말인 이 사자성어는
'더할 나위 없다', '감탄해 마지 않는다'의 의미를 가지며 관지의(觀止矣) 혹은 탄관지의
(嘆觀止矣)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음에 어떤 연주가 더 남아 있더라도 이미 충분히 만족하고
즐겼으므로 더이상 들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초소의 연주를 극찬하는 계찰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경치나 예술작품, 예술적 표현이나 학문이나 기능이 완벽하거나 최고
수준에 도달했을 경우 사용하는 이 단어는 진심이 부족한 우리에게 진심을 보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사물의 최고 정점에 도달하여 여기에서 더할 것이 없음을 뜻하는
탄위관지라는 극찬을 들을 만한 누군가가 존재했으면 좋겠다.
'법지불행 자우귀척'
법령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은 귀족과 왕의 친족들이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는 말이다. 무릇
규칙과 법규는 상하를 막론하고 지켜야 하는 것인데 솔선수범을 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더
잘 지키지 않으니 어찌 백성들이 지키겠느냐는 뜻으로 사용한다. 어찌보면 지금의 우리에게
적합한말이 아닌가 싶다. 기득권층에 있거나 권력의 부스러기라도 만지는 이들이면 너나
할것 없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다. 마치 '누가 누가 잘하나' 경쟁을 하듯이 그렇게 한다.
작은 것에서부터 큰것에 이르기까지 이권이 있는 곳이라면 기웃거리며 눈먼 돈을 주워 먹기
바쁘고 정해 놓은 규칙과 법규는 교묘하고 적절하게 빠져나가면 서 돈벌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보고 배울게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역대 중국의 국가주석과 고위층들은 국제 정세와 관련하여 성어와 경구들을 즐겨 사용해왔다.
최근 사드(THAD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배치와 관련하여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던진
'항장무검 의재패공'(항장이 칼춤을 추는데 그 뜻은 패공에게 있다)이라는 말은 중국 정통
역사서이자 고전 중의 고전이라 손 꼽히는 사마천의 '사기' 중 '항우본기의 홍문연'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을 사용한 저의는 유방은 중국이고 항우는 미국인데 칼춤을 추는 자는
한국이라는 논리이다. 유방과 항우가 싸우는 것과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비유하며 한국이
미국 사드 배치를 승인한 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 해석했다. 칼춤을 추는 자가 유방을
죽이려고 하듯이 한국이 미국을 도와 중국을 죽이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교묘한 것은
이 고사의 인용 배경에 깔린 고사의 결과를 보아야 한다. 천하를 쟁취한 자는 영웅 항우가
아닌 유방이었다는 점이다. 결과는 미국에 해당하는 항우가 중국에 해당하는 중국에게 졌고
칼춤을 추는 한국이 미국을 도와 사드를 배치하여도 결국에는 중국이 미국을 이기고 천하를
얻는 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렇듯 중국 외교나 국가 행사에 자주 등장하는 중국 고사성어는
단순히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과 직결되므로 그 진위를 정확히 파악하여야 그에 맞선
대처도 정확하고 명확하게 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성어에 대한 분석은 단순히 하나의 언어 문화의 현상이라기 보다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 전체의
범위 내에서 중국인의 사유체제를 이해하는데필수적인 요소이다. 단순히 옛 현자들이 한
말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말의 진의를 파악해야 하고, 그 속 뜻을 알아야 하며 역사적 배경
마저도 숙지해야만 바르게 파악하고 대처 할 수 있는 것이다. 각각의 의미를 설명하기 보다는
역사적 배경이나 사건 중심으로 기술되어 읽기가 편하고 수월하다. 미처 알지 못하던 역사의
단면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