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라는 병 - 우리 시대의 영원한 스승, 김형석 교수의 명고전
김형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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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은 각자 자기의 길을 걷고 있으나 사실은 신념도 없는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P16

고독의 반대는 사랑이다. P247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며 고독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사람과 소통하고 글을 쓰며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쉽고 정감있는 수필을 쓰게 되며 이를 수상(隨想)이라 부르는 선생의 글들이 모여 '고독이라는 병'이라는 제하의 책으로 태어났고 훌쩍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우리 곁에 돌아 왔다. 20여년전에 읽었던 책임에도 여전히 설렌다. 밀레니엄을 앞둔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기에 기대감으로 책장을 연다.

길. 누구나 길을 간다. 각자의 길이 다르기에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걷고 싶은 길 뿐 아니라 걷고 싶지 않은 길도 가야만 하고 그 길 위에 서 있다가 옆으로 비껴서며 생을 마친다. 생각이 발현 된 이후로 우리는 늘 '무엇이 진정한 인생의 길이며 어떻게 참다룬 생의 길을 발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며 산다. 그 길 위에서 삶과 죽음, 성공과 실패, 절망과 희망의 갈림길을 만나고 늘 선택의 기로에 서며 무언가 결정해야 한다. 이 땅의 모든 이들은 떠나온 목적과 이유가 존재하며 그것을 위해 살며 그 길을 이어간다. 무엇이 참된 길인가에 대해 성경은 대단히 명쾌하다. 예수는 그 길을 묻는 제자들에게 단호하게 '내가 곧 길이다'라고 말한다.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 봤을 이 말이 아쉽게도 우리 삶에서는 살아 있지 못하고 힘도 없다. 목적과 의미와 나아갈 길을 알려주심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성전 뜰 만 밟고 다닌다.

죽음은 필연이다. 누구도 죽음 앞에서 머뭇거릴수도 주저할수도 없이 죽음은 철라이며 살아왔던 삶에 대한 기억이 된다. 선생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60년, 21900환, 그리고 매일 1환'은 여러모로 생각할 꺼리를 제공한다. 우리는 삶을 산다기 보다 죽음을 향해 간다. 선생의 표현대로 '매일 매일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죽음은 절박한 사실이며 엄숙한 현실이다. 죽음은 삶의 종말인 동시에 결산이고 인간은 죽기 위해 산다. 여기에 그리스도인들은 '영생'을 이야기한다. 사망이 끝임은 분명하나 죽음 이후의 새로움이 존재한다. 종말인 동시에 새로운 삶의 출발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대하며 살고 죽는다.

선생이 미워하는 것들 중 두번째를 차지하는 '종교의 가치를 모르는 종교가'들에 적극 공감한다. 그들은 가장 고귀한 것들을 가장 천박한 것으로 여기고 다른 이들이게도 그런 영향을 끼친다. 진정한 종교는 선량함과 약함에서 시작되고 가난과 겸손 그리고 세속적인 욕망이 없는 곳에서 태어나기에 종교는 태생적으로 세속적인 지위와 명성과 부를 가질 수 없다. 이를 가지는 순간 종교는 종교로서의 본질을 버리고 세상이 되며 어떠한 종교든 타락하고 변질된다. 종교가 종교로서의 구실을 못하는 순간 종교는 세상의 지탄거리와 걱정거리가 된다. 성경 속의 다윗이 그랬다. 순전하고 양과 같던 그가 권력과 세속에 빠지자 선생의 말을 빌리면 '기막힐 정도로 답답한 과오'를 범하고 하나님은 그보다 더 가혹할 수 없을 정도로 진노하신다. 지금 우리가 그렇다.

선생이 제자와 나눈 대화처럼 철학을 배우는 것보다 철학을 해야하는데 잘 안되듯이 우리는 신앙을 배우는 것보다 신앙을 사는 일에 더 힘쓰고 노력해야 한다. 니체나 하이데거는 '고독'은 우리가 온 곳도 무(無), 가는 곳도 무, 머물던 곳도 무인것을 느끼는 자아 속에 깊이 깃들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장 깊은 고독을 느끼며 얻을 수 없는 사랑을 품은 이가 누구보다도 고독해 진다. 실존적인 고독을 느끼는 사람은 영원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영원을 얻을 수 없는 한 언제나 고독 속에 산다. 그래서 선생은 영원에의 고독은 죽을 수도 없는 고독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의 마지막 말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고독의 병에서 고침을 받은 사람은 오직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님에게서 영원을 받아 누리는 사람은 입을 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직 신앙을 접하지 못했거나 이제 막 신앙을 시작하는 분들이 선생님의 말처럼 부담 없이 읽었으면 좋겠다. 신앙적인 부분이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그 안에 담긴 복음의 메세지들을 통해 조금은 쉽게 그리스도를 접하는 기회가 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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