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프레더릭 레이턴 에디션) -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 그림의 힘 시리즈 1
김선현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그림은 소통과 치유를 가능케한다. 그림은 '말'이 아니라 '느낌'으로 다가서기에 그림 앞에

서면 내면이 어느때 보다 솔직하게 드러나며 이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저는 그림의 힘을 믿습니다'라고 말한다.

소는 색맹이다. 눈 앞에서 어떤 색의 천을 흔들어도 그 움직임 만으로 자극을 받는다.

그런데도 굳이 투우 경기에서 빨간천을 쓰는 이유는 소가 아니라 관객을 흥분시키기

위해서다. 시각은 보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니다. 시각은 인간에게 외부 자극을 가장 빠르게

전달하면서 촉각과 후각, 청각등을 동시에 자극하는 공감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실리 칸단스키(Wassily Kandinsky)의 '동심원들과 정사각형들'은 그런 점을 강조하는

작품으로 보고 있노라면 눈으로 들어 온 빨간 광선이 시신경을 자극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혈압과 체온을 상승시키며, 신경조직을 자극해 사람을

'업' 시키는 효과를 준다. 2002년 우리를 미치게 만들었던 거리도 온통 붉은 색이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슈베르트 즉흥곡 2번 내림 A장조'(노다메 칸타빌레에 삽입되어

더욱 유명해졌다)는 전형적인 동양화 풍의 수묵화와 전형적인 서양색의 선율인 슈베르트의

피아노 연주는 왠지 안어울릴것 같은데 의외로 꿀 조합이다. 실제로 벽면 가득 '인왕제색도'를

띄워 놓고 진공관을 타고 전해지는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묘한 동질감과 더 깊은

평온의 세계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어쩌면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그림이 가진 힘이며 치유의

능력이 아닐까 싶다. 색의 농담으로만 표현하는 깊이와 구비구비들과 그속 어딘가에 존재할

무언가를 기대해도 좋을만한 안개, 그리고 그 구석에 자리한 작은 집. 그냥 마음의 번잡함을

씻어주는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

무엇이 느껴지는가. 저자의 이번 챕터의 주제는 'money'다. 칼라calla는 우아하고 자기중심적인

꽃이다. 커다란 잎이 꽃을 두툼하게 감싼것 만으로 이미 그 존재감은 충분하다. 똑같이 흰색을

띄지만 안개꽃은 꽃다발의 배경으로 쓰이지만 칼라는 항상 중심에 놓인다. 그런 칼라를

가득담은 광주리를 짊어지고 가장 낮은 자세로 무릎을 꿇은 유색의 여인, 그런 여인을 짓누르는

꽃은 들리지 않는 여인의 고개와 광주리의 끈을 움켜쥔 두 손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이미

칼라의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생존이고 삶이기에 그 무게는 고스란히 어깨를 누른다.

저자는 이 그림을 '외로움을 묵묵히 달래주는 그림'이라고 말한다. 자세히 보면 그 여인과

광주리 뒤엔 누군가 조력자가 존재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도와줄게'라고 말하는듯

칼라 광주리를 잡은 두툼한 손과 바닥을 버티고 있는 묵직한 발은 든든한 존재감을 가진다.

이 그림은 노동의 고충을 이야기하며 함께 하는 이의 모습을 통해 조금은 '희망'이라는 꿈을

가지게 한다.

그림을 통해 먼저 마음의 빗장을 열고, 스트레스와 정면으로 마주하며, 내면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에 몸을 움직여 다가설때 우리는 스스로가 놀랄 만큼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마지막에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alazquez)의

'비너스의 단장'이라는 그림을 배치해 지치고 힘겨워 하는 모든이들에게 '너는 네 모습

그대로 최고의 존재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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