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 생명사 - 38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3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박유미 옮김, 장수철 감수 / 더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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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싸우는 식물' '전력가 잡초'를 잇는 생존전략 세번째 아야기로 38억년이라는 생명의

역사에서 끝까지 살아 남은 패자의 이야기를 하며 생명의 역사를 통해 이 땅의 약자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한다.

자연계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다. 약자든 강자든 방심하는 순간 목숨을 잃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저자의 생각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철저한 약육강식의 강자존 원칙이라면

이 세상은 단일종만이 존재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새상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이를 마케팅 용어인 '니치 시장'(niche market)을 사용해 설명한다. '니치시장'은

유사한 기존 상품이 많지만 수요자가 요구하는 바로 그 상품이 없어서 공급이 틈새처럼 비어

있는 시장을 의미한다. 니치는 커도 되나 큰 니치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모든 생물은

작은 니치를 유지하며 세분화한다. 원래 생물의 세계에 보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존재이므로 '보통의 것'도 '평균적인 것'도 있을 수 없다. 결국 보통

이라는 말은 보통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위한 수단이다.

패자들의 치열한 살아남기는 적자생존, 강자존이 지배하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강자와의 공존을 택하기도 하고, 이동이

아닌 멈춤을 전략으로 내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강자들의 공격에 맞서 집단을 형성했고,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곳은 비껴가는 현명함으로 스스로를 지켜왔고

결국 살아 남았다. 그 대표적인 예로 원시시대부터 존재했던 원핵생물(박테리아)은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 남아 여전히 인류에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박테리아가 살아 남을 동안 세상을 지배했던 대부분의 것들은 사라져 버렸다. 고생대의

화석에서 발견되는 바퀴벌레나 흰개미 역시 몇 억년 동안 진화되지 않는 그대로의 모습이고

하찮은 존재처럼 여겨지는 이들에게 인류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결국 진화를 이룬것은

쫒겨나고 박해 받은 약자들이었다.

재미있게도 저자는 생명의 다양성을 '실수'에서 찾는다. 모든 진화는 기존의 것을 개량하거나

조합해서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1이 10이되고 10이 100이 되기 위해서는 '실수'가

필요 하다는 것이다. 생명은 단순한 복사의 반복인데 단지 복사를 반복하기만 해서는 아무런

변화도 나타나지 않는데 복사를 반복하다 보면 종종 실수가 발생하고 이 실수를 통해 생명이

다양하게 변화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여기에는 무수한 시간(38억여년)이 소모되었고 지금도

'실수'는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생명의 진화는 그렇게 반복된다. 패자들에

의해서.

저자의 책은 묘한 매력이 있다. 식상과 고상 사이를 적절하개 줄타기하며 시선과 신경을

집중시키며 나와 같이 과학적 지식이 일천한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친절한 설명과 그림을

곁들인다. 전작인 '전략가 잡초'와 '싸우는 식물'에서도 그랬다. 덕분에 읽는 내내 알아가는

기쁨이 충만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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