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조지 오웰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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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 본명은 Eric Arthur Blair)은 식민지배 실정에 대한 혐오와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경찰을 그만두고 파리와 런던에서 부랑자 생활을 하며 그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후 사회주의로 전향한 뒤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지만 이데올로기에 대한 환멸을 느끼며 영국의 식민지 주의와 소련의 스탈린 체재를 비판하는 소설 '동물농장(Animal Farm)'과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1984년'을 발표한다.

스탈린을 떠올라게 되는 나폴레옹, 스탈린과 갈등을 빚다 쫒겨난 트로츠키를 대변하는 스노우볼, 한없이 미련하고 어리석은 민중의 모습을 보여주는 성실하게 일하다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복서와 양무리들, 바밀경찰을 상징하며 동물들을 공포로 몰아 넣는 개들과 등장하는 동물들을 통해 민중과 독재의 오랜 악연을 들여다 보게 된다. 세상은 단 한번도 완벽히 민중의 편 인적이 없었다. 유독 나폴레옹의 선전원 역할을 하는 스퀼러에게 눈길이 갔다. 말 한마디로 군중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며 조정하는 그의 연설은 히틀러의 나팔수였던 요제프 괴벨스가 떠올랐다. 이렇듯 현실과 상상을 연결시켜주는 것이 문학의 힘이자 매력이다.

매너 농장에서 명망이 높은 수퇘지 메이저 영감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고별 연설을 한다. '인간은 동물의 적이며 인간을 농장에서 축출하면 굶주림과 고된 노동도 뿌리채 뽑혀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밤 메이저 영감은 숨을 거뒀고 수퇘지 스노우볼과 나폴레옹, 스퀼러는 메이저 영감의 가르침을 받들어 '동물주의'라는 사상체계를 정립하고 3개월이 지난 6월 어느 토요일 봉기하여 마침내 인간을 쫒아내고 농장을 접수하며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소설 속 나폴레옹의 행동들은 정의를 실현하겠다며 하층민들을 끌어들여 혁명을 일으키지만 결국 그들을 자신들의 신분 상승의 도구로 이용하고 그들 위에 군림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며 저자는 이를 통해 사회주의가 아닌 독재자 스탈린의 모습을 비판한다. 급기야 자신들의 혁명의 기치인 칠계명은 민중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지식층의 방관과 무관심으로 제멋대로 수정되고 소설의 끝에는 마지막 남은 한 문장인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마저 '네 다리도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로 바뀌게 된다. 이미 평등은 깨졌다. 평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더'를 사용하므로

스스로 차별을 정당화 하고 있다.

이 소설은 이미 70여년 전에 쓰여졌지만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 삐뚤어지고 잘못된 세상을 향해 끝없이 침묵하는 대다수의 민중들, 무슨짓을 해서라도 권력을 잡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파렴치한들, 그들에게 빌 붙어 떡 고물이라도 먹어 보겠다는 협잡꾼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한다. 대부분의 혁명은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기존에 존재하던 악의 축을 무너뜨리고 나면 새로운 기득권층이 형성되고 이전에 행하던 악행을 답습하거나 초월한다.

이 책은 어쩌면 혁명의 실패 이유를 통해 우리에게 역설하려는 것 같다. 혁명은 성공하는듯 했으나 끝없는 돼지들의 권력과 탐욕, 대다수 다른 동물들의 침묵 혹은 방조를 통해 결국 인간과 동물 농장 돼지 들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게 되고 인간과 돼지는 얼굴 모습이 서로 같아져 누가 누군지 못 알아 보게 된다. 그리고 창 밖에서 참담한 마음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는 동물들. 조지 오웰은 혁명 이후에 대해 풍자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물들의(우리들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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