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그림의 소재에 따라 화조도, 화훼도, 산수화, 장생도, 설화화, 책거리도, 어해도,
문자도, 풍속도, 벽사도 등으로 나뉘는데 흥미로운 부분은 '책거리도'다. 당시 조선이
유교 사회였기에 학식이 높은 사람이 우대 받았는데 상대적으로 많은 책을 소유할 수
없었던 민초들은 책꽂이에 책이 가득 꽂힌 민화를 통해 넘을 수 없는 벽과 신분의
한계를 상상속에서 누리며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 책거리도를 벽에 걸어 두었다. 물론
여기에도 자유분방함과 파격은 적용되어 가지런하게 놓인 책이 있는가 하면 뒤죽박죽
아무렇게나 놓인 책거리도도 존재한다. 그런가하면 꽃이나 새, 혹은 곤충 등을 그려
장수를 기원하기도하고 등용문을 상징하는 잉어가 뛰어 오르는 그림, 무교(巫敎)의
신들을 그린 그림, 효(효(孝)나 충(忠)과 같은 글자를 써서 어린이들의 교화를 위해 그린
그림(문자도를 가죽으로 그리는 혁필화(革筆畵)는 옛 장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등이 전해진다. 이렇듯 파격적이고 격의 없는 우리의 민화에대해 일본
최고의 지성이라 존경받던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 Yanagi Muneyoshi, 일본의 문화
운동가, 1929년 3월 교토에서 열린 민예품전람회에서 오오츠해와 같은 민예적 작품을
지칭하기 위해 '민화'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하였고 '민중에 의해 태어나 민중에 의해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사용된 그림'이라고 정의하였다)는 '불가사이한 조선 민화'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