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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를 탄 소년 - 인생은 평온한 여행이 아니다
네스토어 T. 콜레 지음, 김희상 옮김 / 나무생각 / 2022년 4월
평점 :
'나귀를 탄 소년'. 이 책의 제목이다. 처음 접하면서 언뜻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타셨던 어린 나귀가 생각났다. 그 어린 나귀에 앉아 종려나무가지를 흔들며 자신의
옷을 길에 깔며 '호산나 호산나'를 외쳤던 백성들이 불과 며칠 후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으라는 광기를 보일것을 아셨던 그 분의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이 책에는 그런 종교적 의미는 별로 없다.
죽음. 소중한 이의 죽음은 깊은 절망이다. 침잠의 고통이며 숨이 막힐것 같은 질식감이다.
톰이 그랬다. 소중한 아버지의 죽음이 그의 삶의 전반을 뒤 흔들어 놓았다. 톰 뿐만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그렇다. 그리고 그 절망과 질식감은 탈출구를 찾는다. 톰이 네판테에서
안식을 찾기 시작하는 것처럼 우리도 쉴만한 '그곳'에서 평안을 회복해 간다. 어쩌면 죽음은
살아남은 이의 또다른 삶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톰은 회복되어 간다.
쉼. 인생에 있어 '쉼'은 '나아감'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아이와 나귀가 함께 하는 순례는
익숙하지만 어려운 부분을 지적한다. 앞으로 나아가기에 급급한 우리에게 '잠시 멈춰섬'은
그 자체로 생명이 된다. 멈출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가지지 못한다. 멈춰선 소년을 스치고
지나가는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우리를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서서히
궤도를 이탈하거나 강제로 그 자리에 멈추게 된다. 자신을 앞질러 가는 아이들과 다른
나귀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가 나귀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하는 말이 깊게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쉬었다 가자. 편하게 쉬렴. 너는 휴식을 누리는게 마땅해' 여행. 인생은 긴 여행이다.
이 길은 '산티아고의 순례길'처럼 끝이 보이거나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수 있는 길이 아니다.
오래전 이 길을 걸으며 발견한 나의 생각이 그것이다. '인생은 평온한 여행이 아니다'. 정말
힘들었다. 물을 갈아 먹고 난 복통과 접질린 다리는 그 길을 걷는 여정 내내 나를 괴롭혔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 길이 끝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삶의 길은 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잘 준비해야 하며, 잘 쉬어야 하며, 잘 견뎌야 한다.
'Do ut Des'. 라틴어 격언으로 '네가 주니까 나도 준다'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말은 내가 어떤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그 사람이 필요한 것을 먼저 준비하라는 의미를 가진다. 먼저
받으려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내가 먼저 줄 준비를 하고 있어야 그 관계가 오래가고
이를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역자는 이를 '내가 주는 것은 너로 하여금 베풀게 하기
위함이라'로 표기하였다. 아버지의 마지막 질문의 대답으로는 잘 어울린다. 인생은 그렇게
살아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