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 죽음을 말하는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가?
플라톤.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고 누구도 예외 없이 맞이한다.
이 방문이 두려운 이도 반기는 이도 그저 받아 들여야 한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철학과 소설의 만남을 시도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카프카의 '변신'은 분명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기나긴 시간을 초월해서 두 죽음은 '가치'라는 공통주제를
가지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지킬만한 고결함으로 이해되며 다가온다.
고대 그리스 젊은이들을 현혹하고 타락시키고 신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해
죽음을 선고 받는 소크라테스, 어느날 갑자기 벌레로 변한 채 가족으부터 버림 받고
죽어가는 청년 그레고르, 두 이야기 모두 죽음을 배경으로 하나 접근 방법과 양식에
차이를 보인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일이기에 한 없이 당당한 소크라테스의
모습에선 현인의 풍모가 느껴진다. 비록 아테네 시민들과 법정은 그에게 등을 돌리면서
그의 의지와 행동 모두가 거절 당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여전히 당당하게 '지혜를
사랑하고 타인을 가르치며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는 자신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보다 가족에게 버림
받았다는 현실에 절망하며 이제 더 이상 인간일 수 없음을 자각하며 스스로 목숨을
단념하기 시작한다. 죽음 앞에선 두 사람은 모두 패배자이지만 딛고 선 공간이 너무
다르다. 그래서인지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여러분의 비위에
맞도록 바라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중략... 지금도 이렇게 변명하는 방식을
후회하지 않으며 남들처럼 여러분이 원하는 말을 하면서 살기 보다 떳떳한 말을 하고
죽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죽음 앞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죽음의 순간 '품위'에 대해 말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의 나에 대한 품위도 가져야겠지만 죽은 후 남겨진 이들에게도 품위는
전해져야 한다. 그렇게 살아왔으며 그렇게 죽었다고 기억되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그레고르의 죽음을 맞이하는 가족들이 이야기하는 '새 희망'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산사람은 살아야지.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말을 전한다. '이제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각자의 길을 갑시다.
나는 죽기 위해, 여러분은 살기 위해 갈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쪽이 더 좋은 길을 만나게
될지는 신 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잘 살아야겠다. 잘 죽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