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 공감을 넘어선 상상력 '엠퍼시'의 발견
브래디 미카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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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저자의 이름을 보았을 때 익숙함이 전해졌다. 그리고 이내 'emphthy'와 라는 책이

떠올랐다. 2019년에 발간된 이 책은 신드롬을 낳기도 했고 많은 학자들에게 'empathy"를

'공감'으로 번역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쟁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듯 싶다. 이 책의 구석구석에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empathy'에 대한

견해가 녹아있다.

아이의 멋진 답변에서 시작된(어쩌면 더 일찍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던) 책의 제목 'To put

yourself in someones shoes'는 'empathy'와 'sympathy'를 분명하게 구분해 준다. 얼핏

비슷하고 의미상 통하는 면이 많아 보이나 분명 둘은 다르다. 먼저 대상이 다르다. 앰퍼시의

대상인 '타인'에는 지정된 조건이나 제한이 없지만 심퍼시의 대상에는 가엾거나 문제가 있는

사람, 지지나 동의를 표할 사상과 이념을 지녔거나 그러한 조직에 속한 사람, 비슷한 의견이나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는 제약이 붙는다. 그래서인지 엠퍼시를 '감정이입, 자기이입'으로

심퍼시를 '동정, 배려, 지지'등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엠퍼시를 단순하게

'공감'으로 번역하는 부분에 대해 변화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계속해서 증명되고, 인식되고, 추궁당하는 것은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비로소 체험한 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양식화 하는 일이

가능하다. 인간의 갖가지 특색과 상이점, 유사점, 다양성은 타인의 승인 혹은 거절을 통해

비로소 뚜렷해진다. '진정한 나', '진정한 누군가'라는 개념에서 해방되는 일. 그것은 소속된

아이덴티티가 하나라는 생각에서 해방되는 일이다. 단 하나여만 하고 하나인 것은 훌륭하다는

믿음에서 벗어날수 있다면 사람은 자기 신발 한 짝에 집착하지 읺고 타인의 신발을 신기 위해

자기 신발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껏 우리는 아이덴티티의 감옥에 갖힌 구속자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저자는 제임스 스콧(James C Scott. 무정부 주의자에 대한 가장 쉽고 이해하기 좋은 책 'To

cheers for Anarchism'을 쓴 역사학자)이 주장하는 '자립'과 마거릿 대처(Magaret Thatcher,

영국 수상을 지낸 정치가, 철의 여인이라 불리기도 했다)가 말하는 '자조'의 차이를 설명한다.

자기 일은 어떻게든 자기가 알아서 해야만 하는 '자조'와 누구에게도 지배 받지 않는 '자립'은

명백히 다르다. 조금더 들어가서 '자조'를 뜻하는 영어 단어 'self-help'의 의미는 '자신, 혹은

자신과 비슷한 경험과 역경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조직에 가지 않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행위'라고 되어 있는데 특이한 것은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역경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BBC의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문장 하나를 소개한다.

'She was sympathetic, but not empathetic(그녀에게 심퍼시는 있었지만, 엠퍼시는 없었다.)'.

이 책은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기'위해 떠난 여행이 '발밑에 담요를 깔고 민주주의 세우기'로

끝이 난다. 사실 이 부분은 조금 고개가 저어진다. 굳이 이렇게까지 멀리 갈 이유가 존재할까

라는 의문과 함께. 인간이 인간을 판단한다는 것부터가 애초에 엉터리다고 말하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것은 '인간은 자주 잘못을 저지른다'는

점이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 본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역지사지'와도 그 결을 같이 한다. 틈만

나면 잘못을 저지르는 생물이며서 판단을 내리기에도 성급하기에, 가능한 타인에 대해 잘 알고

나서 판단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To put yourself in someones

shoes)'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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