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그녀들 일본문학 컬렉션 2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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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 간다는 것은 축복이자 동시에 저주다. 새로움에 대한 열망은 채워지지만

그에 따라 겪어야 하는 역풍은 거세고 시선은 차갑다. 그래서인지 선각자들의 삶은

늘 우울하고 힘겨웠으며 녹녹하지 않았다.

이 책은 메이지 유신 이후 일존의 근대화 시대를 살았던 여서우작가들의 단편을 모아

놓은 책이다.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라야 하며, 여성의 순종이 당연하게 강요되는

보수사회의 전형인 일본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써내려간 그녀들이 도전이

아름답다. 읽는 내내 그들의 도발(?) 혹은 시도가 낯설지 않음은 그 시절 그들이 겪어야

했을 '냉소'의 변주곡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다양한 여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막상 결혼을 했는데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음을 알게 된 여인, 이와 반대로 부모의 권유로 결혼을 했지만 사랑하는 사럼이 따로

있는 여인, 결혼이 전부가 아니고 자신의 일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나 결국 결혼 후

어이를 낳고 스스로에게 합리화라는 명분을 제공하는 여인, 젊었을 때 인기가 좋은

게이샤 였던 자신을 돈을 빌리기 위해 다시 찾아온 옛 애인에 대한 배신감과 환멸로

살해 욕구를 품는 여인, 전철에서 우연히 본 여인에 대한 생각의 차이로 차갑게 식어 버린

여인등 실제 지금 우리의 현실 속이라 해도 무방할 사연들의 여인들이 등장한다.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고 단단하다. 여류 작가들의 펜을 통해 드러나는 생각들은 분명한데

여전히 전통성에 얽매이고 현실 앞에 부단히 저항은 하는데 여전히 소극적이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던 그 시절 틀을 깨고 자신의 소리를 낸다는 것 만으로 이 책은 충분히

'발칙하다'. 이러한 발칙함이 조금이러도 정말 조금이라도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며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든다. 그런면에서 일곱명의 여성 작가들의 이 무모함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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