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일본문학 베스트 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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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이라는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을 통해 만난 다자이 오사무는 퇴폐와 하무,

삶과 죽음,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패전 후 일본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던

대표적인 작가이다. 이 소설은 사회격변에 의해 귀족에서 평민으로 신분 변화를 겪게 되는

가족의 시대적응상과 급변하는 세상을 대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나오지가 암긴 유서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난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그걸 도무지 알수가

없어요. 살고 싶은 사람만 살면 돼요. 인간에게는 살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을 권리도

있을테죠?' 공감이 간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그냥 살고 싶은 사람만 살면 안될까?' 절망과

허무에 휩싸일때는 더더욱 이런 생각이 절실해 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오지는 자신의 삶에 대해

'자꾸, 빗나간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려 부던히 노력하다 결국 자살을 택한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의 네홀로토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어디에도 속한지 못한 채 여전히

유리하는 삶을 살아야 했던. 아쉽게도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한다. 다만 행동에 옮기지

못할 뿐. 어쩌면 소설 속 '나오지'는 다자이 오사무 자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격변의

시기를 살았고, 그 속에서 허무와 좌절을 느꼈고, 점점 황폐해져가는 자신을 부여잡다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그 자신이 모티브가 되어 작중 나오지를 통해 마음의 소리를 전하는 것 같다.

마지막 귀부인인 어머니, 장녀 가즈코, 남동생 나오지, 소설가 우에하라는 서로 다른 각각의

운명으로 부딛치고 얽히지만 여전히 쓸쓸하고 여전히 허무하다. 마치 대화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단절된 삶을 예견이라도 한 듯 소설의 내면에는 '외로움과 고독'이 가득하다. 수없이

많은 말을 뱉어냄에도 말이다.

몰락해 가는 귀족의 모습을 가르키는 '사양족'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고 드라마와 영화,

연극등으로 각색되기도 했던 이 작품은 다자이 오사무가 '나는 이 단편집 한 권을 위해 십년을

허비했다'고 할 만큼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현재 그의 생가에는 '사양관'으로 불리는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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