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 방앗간의 편지
알퐁스 도데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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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연주의 작가처럼 사물을 세심히 관찰하고 자료와 기록을 수집 검토한 후

감미로운 농담과 명랑한 상상 그리고 따뜻한 심성과 시선으로 써내려간 알퐁스 도데

(Alphonse Daudet)의 첫 단편 소설집으로 'letters de mon moulin'이라는 원제를 가진

프로방스의 색채를 가득 담은 선물같은 소설이다. 1866년부터 신문에 한편씩 발표한

것을 모아 1869년에 간행한 이 책은 서문외에 24편의 글이 실려 있고 우리에게 익숙한

'별', '아를의 여인'들이 들어있다. 아름다운 자연의 묘사와 서민생활의 애환, 자유와 사랑,

비극과 비련이 곳곳에 버무려져 조화를 이룬다.

 

첫장부터 흥미롭다. 이방인을 맞이하는 20여마리의 토끼와 낯선 인기척에 도주하는 하얀

엉덩이들, 이층에서 20여년동안 터주 대감으로 지냈던 올빼미의 '후우후우' 하는 울음소리와

날개짓, 라벤더 밭이 펼쳐지고 노새의 방울소리 마저 정겨운 프로방스 풍경과 이에 어울리는

양떼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 안에 글과 어울어진 도데를 상상해 보았다. 그런가

하면 이 책은 신랄함과 다정함이 교차한다. '농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곡이고 그렇다고

'고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다정한 그 어정쩡함이 매력이다. 게으름과 여유로움, 사소한 일상과

비극적인 사건, 오래된 전설과 최근의 소식들이 프로방스 지방의 방언을 이용해 맛깔나게

표현된다. 목동과 주인집 아가씨가 같이 밤을 새우는 이야기, 7년간 자신을 과롭힌 사내에게

기회를 노리다 뒷발길질을 성공하는 당나귀 이야기, 지옥을 방문한 이야기로 신도들을 겁주는

사제 퀴퀴냥의 이야기, 마주보는 두 여관의 대조적인 외관과 그에 얽힌 사연들이 소개되는

두 여관등 주옥 같은 글들이 실려있다.

 

그 중 다른 남자의 여인인 것을 알면서 더 사랑에 빠지는 장의 이야기는 가슴 한켠을 시리게

한다. 온종일 혼자 구석에 앉아서 꼼짝도 않고 있다가 미친듯이 밭에 나가 일을 하고 자존심

때문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지내다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장'. 짧은 글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객관적 관찰을 통한 행동들과 인물의 내면에 대한 암시와 사실주의적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묘한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 '아를의 여인'은 도데가 3막짜리 희극으로 개작한 것을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가 관현악 모음곡으로 편곡해서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역자가 소개했듯이 이 책을 읽은 팔순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마음이 예뻐지고 천사가 된

기분이야'라는 말처럼 따뜻한 인간미와 풋풋하고 정감어린 문체는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가지게 한다. 경제적 궁핍과 지병으로 힘겨워하면서도 그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그대로 그려내는 도데의 이 작품은 도데 자신의 말처럼 '환상과 현실의 기묘한 조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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