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 -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김민형 지음, 황근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편지를 쓴다는 것.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써내려 가는 시간이다. 그 한 글자에 의미를 부여하기에 썼다가 지우기도 여러번 그렇게
보내 놓고는 부끄러움에 다시 들춰보지도 못하는 아쉬움마저 남는 그런 인고를 견디는
시간이다. 아들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 그 마음이 오롯이 들어 있다.
수학자인 저자는 교육의 구심점을 '영혼의 풍족하고 균형잡힌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고리타분하고 딱딱할 것 같은 수학자의 생각에 인문학이 들어 있어 조금은 놀랐다. 저자는
'나는 좋든 싫든 이렇게 해보았다'는 자신의 소회를 밝히며 문제 해결이 목적이 아닌 문제를
같이 바라 보는 관점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 '공감'이라는 단어가 많이 눈에 띄인다.
가끔 추신이라고 쓴 글이 본문에 비견될만큼의 길이를 자랑하기도 한다.
편지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 학문과 문화와 예술을 넘나들며 식견과 지식의 향연을 선사한다.
중간 중간 들어있는 사진들은 그동안 궁금했던 기억들의 봉인을 풀어준다. 정복을 착용하는
격식있고 전통적인 식사를 의미하는 '높은 식탁'이 열리는 캠브리지대학교 이매뉴얼칼리지의
모습은 몇년전 먼 발치에서 보았던 그 고풍스러움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애드거 앨런 포의
시 '애너벨 리'가 실려 있는 유니온 매거진의 표지(1850년), 루벤스의 그림 '동방박사의 경배'와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이 멋진 킹스칼리지 성당(저자도 말했듯이 이 성당 소년 성가대의
그레고리안 찬트는 천상의 소리와 같다), 베토벤이 청년시절 연주했던 성레미기우스교회의
오르간은 독수리를 연상케 한다. 그밖에 기하학이 등장하고 고급수학이라 명명하는 대수학도
나온다.
아들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읽으면 사랑하는 제자나 동료에게 보내는 학술 연구서와도 같은
20편의 편지가 이 책에 들어 있다. 저자는 수다스럽다. 그 긴 편지를 쓰고 추신까지 붙여 더
길게 쓰고도 모자라 '자. 이제 얼굴보고 얘기하자'라고 맺는다. 그 안에 담겨진 수 많은 의미들이
떠오른다. 아들을 향한 사랑, 후학을 향한 애정, 제자를 향한 안타까움, 동반자를 향한 그리움
이 모든 것이 이 책에 녹아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아들에게 답을 알려주지 않으며 '아들아,
너도 곧 너만의 답을 찾게 될 거야'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