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하는 일 - 지난 시간이 알려 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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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선 작가의 책은 두번째다. '아주 조금 울었다'에서 만난 그녀는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센치했다. 그녀의 글은 낙관과 비관 사이,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부풀어 올랐다가 터졌다가

웃었다가 울었다가 그렇게 갈팡질팡하면서 이어졌고 어떤이는 밤에 보면 안되는 책이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감성이 풍부한 책이었다. 이번에 만나는 '시간이 하는 일'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멋진 의사 한 명을 만났다. 지칠대로 지친 그녀가 계속해서 잠만 자기를 반복하다 찾은 의사는

그녀에게 '나중에 해요, 나중에. 천천히. 몸 좀 좋아지고 나서. 급할 것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한다. 운동이 부족하다느니, 의지가 없다느니 하는 객소리가 아닌 현실에 딱 맞는 그런 답을

준다. 억지로 밀어 붙이지 않는다. 그런 의사에게 그녀는 안도감을 느낀다. 그런 의사를 만나

보고 싶다. 뭐가 그리 바쁜지(그들도 그게 직업이고 일이니 그렇 수 있을거라 생각은 한다)

몇 마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쫒겨나듯 진료실을 나온 기억이 있는 이들은 안다. 그 더럽고

치사한 마음을. 한데 이 의사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살피고 안정을 준다. 어디에

있는 의사인지 궁금하다.

사람은 누구나 무기력감을 느낀다. 각자가 느끼는 양과 범위는 다르지만 대부분 자신이 겪는

무기력감이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정말 무기력함으로 아무것도 할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째찍질을 한다. 마치 잠시라도 쉬어서는 안되는

기계마냥 줄기차게 달리기를 바란다. 사실 무기력은 '쉼표'다. 쉬어 달라는 몸의 신호이고

멈추어 달라는 생각의 표현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아니 기계도 쉰다. 무기력함을

느낀다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힘겹다면 쉴때가 된것이다. 지금은 도저히 아닌것

같겠지만 '언젠가' 그 날은 반드시 온다. 그 날을 위해 쉬어야 한다.

지나고 보면 풍경이나 벅물관이나 공연 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사람이다. 아주 잠깐이라도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과 인생의 어느 한 순간을 한께 한다는 것, 어떤 부담이나

의무감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 도움을 주고 받는 시간,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은 친절해 지

는 시간, 그 시간은 결국 사람이다. 그녀는 사람에 대한 지독한 외로움을 지니고 있다. 살면서

잃어 버린 것 어쩌면 잃어 버린 줄도 모른채 사는 것, 그것은 그대로 시간의 외로움이 된다.

시간은 그렇게 그 사람을 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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