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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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에세이스트, 자연주의자, 생태연구가 핸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가 2년 2개월 2일 동안 메세추세추 주의 콩코드 근처 월든 호숫가에서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열여덟편의 에세이로 쓴 이 책은 1854년 8월 9일 '월든 또는 숲속의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자연과 동화되는 삶을 사는데 충실했던

그는 스스로를 '자연의 관찰자'라고 할 정도로 그에게는 자연 전부였다. 자신이 숲으로 간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의도적인 삶을 살고 싶었으므로 숲속으로 들어갔다. 삶의

본질적인 사실을 직면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 주는 것을 배울 수 있는지를 살폈다. 죽을 때가

되어서야 내가 온전한 삶을 살지 못했음을 자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삶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이 아닌것은 살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의 대부분은 조용한 절망의 삶을 살아 간다. 체념은 확인된 절망이다. 의식되지 않지만

전형적인 절망은 소위 인간이 즐기는 게임과 오락이라는 표피 밑에도 감춰져 있다. 게임과

오락이 즐겁지 않은 이유는 즐거움은 노동 후에나 오기 때문이다. 인간은 가장 흔한 방법을

선택하고 그 선택은 결국 자기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그 절망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다.

핸리 데이비드 소로가 말하는 '생필품'은 이렇다. 인간이 스스로 노력으로 얻은 것, 처음부터

혹은 아주 오랜 활용을 거쳐 인간 생활에 너무 소중하게 된 것, 야만, 가난, 철학 등 그 무슨

이유를 들이대더라도 인간이 감히 내다 버릴 수 없는 것, 이렇게 볼때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생필품은 음식이다. 야생동물은 음식이나 잠자리 외에는 바라는 게 없다. 그런면에서

인간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소유하고 싶어한다. 우리 몸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신체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내부에 있는 생명의 열기를 보존하는 일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일찍이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 보다 더 소박하고 척박한 삶을 살았고 그들의 겉모습은

가난하기 짝이 없지만 내면은 풍요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자발적 가난'이라는 우월한 시점에서 보아야 한다. 인생의 본질적 사실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허공에 있는 것도 아니고 추상적 사고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살아야 한다. 시인이기도 한

소로는 '시간의 얕은 강물은 흘러가 버릴지라도 영원은 그 자리에 남는다. 나는 더 깊은 곳의

물을 마시고 싶다. 별들이 조약돌 처럼 깔려 있는 하늘에서 낚시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는 자연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백여년도 훨씬 전에 그는 '나는 자연인이다'를 실천하고

있었다.

월든은 십여년 전에 민음사에서 나온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좀 딱딱한 번역이어서 지루함과

어려움을 동시에 느껴졌었다. 이 책은 번역이 쉽다.(물론 이 부분은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다.

나 역시도 그렇다) 그리고 다른 어떤 번역본에도 없는 전문 사진작가 허버트 윈델 글리슨이

소로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찍은 사진 66장이 본문 순서에 맞게 배치되어 있어 가독성을 높였고

지루함을 덜어 주었다. 행동하는 사상가인 소로의 '시만 불복종'은 그의 생각과 사상의 발현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얇더라도 단행본으로 나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월든 만으로도 힘겨운데 시민 불복종까지는 조금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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