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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 - 재미와 역사가 동시에 잡히는 세계 속 일본 읽기, 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조재면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2월
평점 :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여지없이 조각난 지식과 편식에 일관한 한계를
드러낸다. 사실 우리는 일본을 잘 모른다. 그저 전해주는 이야기나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가
우리의 앎의 전부이다. 그럼에도 우린 단호히 일본은 거부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일본의 속살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세습 정치인. 일본은 세습 정치인의 비율이 높다, 헤이세이 시대라고 불리는 1989년부터
2019년까지 30년간 내각총리대신 16명 중 10명이 세습 정치인이고 우리에게 익숙한 아베
신조, 고이즈미 준이치로도 세습 정치인이다. 자민당에서 이들은 다른 의원에 비해 출세가
빨라 총리의 자녀는 3계급 특진, 대신의 자녀는 2계급 특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특혜를
받는다. 여기서 특진이라는 것은 국회의원 당선 횟수가 적어도 수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일본이 가진 고유한 정치적 풍토 때문인데 일본 정치에서는
세가지가 중요하다고 한다. 지반(지역 기반), 간반(간판), 가반(돈 가방)이다. 지역 기반과
더불어 지명도를 의미하는 간판, 자금력을 가져야 당선이 가능한데 세습 정치인들은 이미
다져진 곳을 물려 받기에 무혈입성에 가까운 선거를 치른다. 이들은 정치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빠르며 처세술에 능숙하고 젊었을 때부터 정치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정책에 정통
하다는 특장점을 가진다. 물론 우리에게는 많은 거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부라쿠(피차별부락)와 백정. 둘 다 당시 사회 속 가장 하층민이고 하는 일도 비슷하다.
부라쿠는 일본에서 백정은 한국에서 불리는 이름일 뿐 별반 다르지 않다. 차별 집단 또는
차별 지역을 부르는 용어로 생겨난 부라쿠는 여타의 차별 집단과는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이들은 피부, 인종, 민족, 종교, 문화적으로 다름이 없는데도 '이유 없는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메이지 시대에 평민이 되었다고는 하나 대부분은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아
경제적 기반이 약했고, 영세한 소작농이나 피혁 가공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불황에는 빈곤이 더 극심해 질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을 반복허게 되는 것이다. 이에 1922년
조직된 부라쿠 차별 철폐 운동 조직은 '사람 사는 세상에 열정이 있나니, 무릇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지 아니한가'라는 문장이 들어간 '수평사 선언'을 발표하며 인간성 회복을 주장한다.
이들은 마르크스 주의의 영향을 받아 전투적이고 거친 투쟁 방식으로 일반인들에게는 두려움과
거부감을 주었다. 이들의 영향을 받아 1923년 부터 우리 나라 백정 출신들이 일으킨 '형평사
운동'은 그 궤를 같이 한다. 한반도와 일본, 각각의 지역에서 차별 받았던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며 공생의 관계를 유지했고 교류했다.
이 책에는 우리가 몰랐던 일본의 모습이 담겨있다. 저자는 '은근'이라는 단어를 통해 우리의
무지와 편협함을 지적한다.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다. 이웃은 때때로 같이 즐거움을 나눌 수
있지만, 서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존재다. 그 이웃을 억지로 바꿀수 없는 입장이라면 이웃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것이 훨씬 상대하기 쉬워질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그만큼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은 같은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을 훌륭한 방어막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