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 그와 다시 마주하다 - 우리가 몰랐던 제갈량의 본모습을 마주해보는 시간
류종민 지음 / 박영스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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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연의>에서 표현하는 원래부터 완벽한 천재였을것 같은, 아무런 고통과 역경도 겪지

않았을 것 같은 '완벽한 인간' 제갈량은 사실 그 누구보다도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조조가 서주지역의 백성들을 잔악하게 학살한 '서주 대학살

(193-194)'을 경험했다. 다시 이 사건을 기록한 중국 역사서 자치통감과 후한서에 '남녀

수십만명을 도륙하고 닭이나 개도 살아 남은 것이 없고 사수는 시체 때문에 흐리지 못했다'고

기록할 정도로 잔혹한 현장을 직접 경험한 제갈량이 조조가 아닌 유비의 편에 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수 있다.

제갈량은 무릇 학자라면 경전을 정밀히 탐구해야 한다는 당시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하여

대략(대략,큰 줄거리)을 살피는 독서법을 사용했다. 그는 무슨 책이든 책의 큰 줄거리, 즉

핵심을 파악하는데 힘쓰는 실용적 학문에 정통했다. 혼돈 그 자체였던 춘추전국시대 속에 글자

한자 한자를 탐구하는 것은 세상을 바꾸고, 난세를 종식시키길 갈망했던 그에게는 고리타분한

일이었다. 그는 학문 뿐 아니라 국가의 일을 행함에 있어서도 이전의 방식과 관습에서 벗어나

더 나은 정책을 수립하려고 애썼던 인물이다.

여담이지만 제갈량은 삼국지를 대표하는 미남 중 한명이다. 삼국지 제갈량전에 보면 '키가

8척에 용모가 매우 훌륭하니 항시 사람들이 그를 남다르게 여겼다'고 언급될 정도였으니

그 용모의 뛰어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제갈량이 흰수레를 타고 갈건을 쓰고

학우선을 들고 군대을 지휘하는 모습은 가히 '신선'을 방불케 했을 것이다. 이밖에도 '좋은

자태와 풍채를 갖추고 목소리가 컸다고 전하는 '공손찬', 용모와 자태가 뛰어나고 위엄이 있어

능히 휘하의 선비들을 절도 있게 굴복시켰던 '원소', 얼굴과 용모가 빼어났다고 기록된 손책과

주유(영화배우 주윤발은 실제 그의 후손이다), 팽달, 유표, 조예, 순욱, 조운 등이 삼국지가

자랑하는 미남들이다.(아쉽게도 우리의 영웅 관우와 장비는 해당 사항이 없다)

제갈량은 법의 공정성을 중시하여 매사에 공정을 기하기 위해 애썼던 인물이다. 실제로 삼국지

속 유명한 고사 중 하나인 '음참마속(泣斬馬謖)은 그가 가장 사랑하고 아끼던 부하였던 마속이

20여년을 넘게 준비해온 북벌을 명을 어기고 독단적인 행동으로 무너뜨려 버린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처형한 일에 대한 제갈량의 심정을 표현하는 고사이다. 물론 인의상, 인정상

죽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주변에 만류도 있었고 제갈량의 법치의 가장 큰 특징인 '교화', 즉

죄를 지었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면 반드시 다시 기회를 주었고 이번 역시

그럴수도 있었다. 다만 마속이 제갈량의 군사명령을 어겨 군사를 잃었고 벌 받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아니하고 오히려 멀리 도망가는 행동을 통해 제갈량을 두번 배신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읍참마속'은 그런 마속을 여전히 아끼고 사랑하는 제갈량의 입장에서 그의 처형은 가슴을 찢는

아픔과 고통을 표현하는 단어이다.

특별히 책의 말미에 소개되는 이순신 장군과의 연결점은 발상도 생각도 흥미롭다. 다른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두 명 다 '충무(忠武)'라는 시호를 받았고 입신양명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다

결국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는다는 점은 두 사람의 인품과 생각이 어떠했는지를 드러내 준다.

실제 이순신은 삼국지를 즐겨 읽었고 그 속의 내용들을 자주 인용했다. 당시 명나라 수군

제독이었던 진린이 마지막 출전을 앞둔 이순신의 점궤의 불길함을 보고 '왜 무후의 기도법

(제갈량이 죽기 직전에 자신의 생명을 연장해 달라고 사용했던 기도법 삼국지에 정통한 이들도

잘 모르고 지나가는 대목이라 한다)을 쓰지 않는 것이요'라고 말하는 것을 통해 얼마나 삼국지에

능통했는지를 단적으로 알수있다.

이 책은 나관중이 꾸며낸 허구 속의 인물 제갈량이 아닌 실제 존재한 '인간 제갈량'에 대해 적고

있다. 그도 역시 인간이었음을, 그러나 그 인간 이상의 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의 노력을

더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때론 생소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그런 면모를 보며 그의 지난한

'열정과 노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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