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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다시 살다 - 오래된 도시를 살리는 창의적인 생각들
최유진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도 바쒼다. 예전에 좋은 도시는 잘사는 곳이었다. 세월에
지난 지금의 좋은 도시는 '다음 세대(next generation)'를 주목한다. 공동체의 회복과 시민
연대는 지역사회의 리질라인스(resilience)와 깊은 연관이 있기에 공동체는 위기의 순간 엄청난
회복력을 발휘하여 시민의 삶을 일으킨다. 이에 막스 베버(Max Weber)는 시민의 삶을 안전하게
지키지 못하는 곳은 도시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아주 오래전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가서 일년반을 살았던 도시가 있다. 강원도 태백이다.
이 책에서 그곳의 이름과 낯익은 지명하나를 만났다. 상장마을. 당시 탄광이 활성화 되었던 그곳은
도심의 어느 곳 못지 않게 사람으로 넘쳐 났고 사람들의 주머니엔 돈이 가득했던 곳이다. 그 이후
한참이 지나서 가 본 그곳은 탄광의 흔적은 박물관과 몇개 남은 탄광, 그리고 버려지다시피한 사택
건물들이 대부분인 황량한 곳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탄광으로 몰려들었던 사람들은 탄광이 문을
닫게 되자 하나 둘씩 떠나고 심지어 텅비어 버리기까지 했던 그곳. 그 중 '함태 광업소'가 있던 상장
마을은 어릴적 내가 주로 뛰어 놀던 곳과 지근에 있어 가끔 영역(?)을 넘어 놀러 가던 곳이다.
광업소가 폐광이 되고 광부들이 떠나 비어 버린 사택들이 흉가 마냥 방치 되어 있던 곳인데 여기에
벽화를 조성했다. 그냥 벽화가 아닌 이곳의 특성을 살린 광부들의 일상을 그린 벽화들로 골목골목을
새겨 넣었다. 그림 하나 하나에 생생한 현장감이 전해지고 당시 광부들의 일상이 오롯이 드러난다.
황지천을 끼고 펼쳐진 벽화들을 보고 있자니 수십년전 기억들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사택들은 집과
집 사이가 가깝다 못해 붙어 있다. 옆집에서 뭘하는지 굳이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릴 정도로 가까이
붙어 있는 집들은 그래도 그들 가족의 보금자리였다.
조금 더 가면 있는 고한은 지금은 강원랜드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곳 역시 탄광의 역사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곳이다. 폐광이 된 후 마을 주민들이 살기 위해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이곳의 이름은 '마을 호텔 18번가'이다. 강원도 정선읍 고한리 18번가에 위치한
이곳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곳에 있는 호텔에 묵는 사람은 자장면 집도, 이발소도,
세탁소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당연히 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먹을 수도 있다. 평범해
보이는 골목길이지만 그 안에서 또 하나의 경제 공동체가 숨쉬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탄이 떠난
자리에 사람이 돌아 온다'는 말처럼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하고 있는 탄광촌의 이야기는 도시재생
이라는 말을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바람직한 패러다임이며 선순환이 된다.
이 책에는 공동체, 공간, 콘텐츠 라는 주제를 가진 여러 마을들이 소개된다. 몇몇의 장소들은 쉽게
동의가 되지 않는 곳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전 세대들은 우리에게 풍요로운 도시를
물려주기 위해 애썼다면 우리는 그 토대위에 '사랑'을 얹어서 서로 배제하고 혐오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들이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제 도시 재생은 반드시 우리가
가져 가야 하는 과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