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노인과 바다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사자의 심장을 가져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민우영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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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papa)라는 건강하고 거침없는 미국 남성상의 상징과도 같은 닉네임을 사용하는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는 어떤 자세로 죽음을 맞이하느냐가 평생 따라다닌

관심사이자 문학적 숙제였다.(아쉽게 헤밍웨이는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미국 문학에서

아담적 전통(Adamic Tradition)을 가장 잘 계승한 그는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같은 이념

문제를 포함해서 모든 정치 사회적 현안을 배격한 채 비극적 세계에서 고독한 영웅주의를

추구하는 인물을 소설속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작가이다.

이 책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는 헤밍웨이 자신도 '평생을 바쳐 쓴 글', '지금

내 능력으로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글'이라고 할만큼 그의 문학 인생이 농축된 작품으로

작가는 감정의 절제와 압축을 통해 현실과 상황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익숙한 줄거리다.

몇달동안 고기를 못잡은 노인, 그런 그의 곁을 찬구처럼 지켜준 소년(다른 번역판에는

청년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원서에는 'boy'로 되어 있다), 어느날 낚시 바늘에 걸린 청새치와의

드잡이, 항구로 돌아오는 갈에 만난 상어떼의 습격과 사투, 앙상한 뼈와 대가리만 남은 물고기,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를 꿈꾸며 지쳐 잠이든 오두막. 헤밍웨이는 이 단순한 내용에 인간을

대입시킨다. 광활한 자연 앞에 내던져져 홀로 남은 고독자로서의 인간, 그 인간이 자연과 맞서며

끝끝내 버텨내는 불굴의 정신, 그럼에도 여전히 혼자여야 하는 단독자로서의 인간의 운명,

그 속에 던져지는 인간과 얽히는 굴레들, 해밍웨이는 노인의 입을 통해 고전적 휴머니즘의

진수를 보여준다. '사람은 파멸당할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이 책에서는 '사람은 죽으면 죽었지 패배하지 않아'로 번역했다).

인생은 혼자 걸어가는 길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혼자'라는 생각이 든다. 옆에 사람이

없어서도, 모가 나서도 아니고 그렇게 나이 들어 가는 것 같다. 저무는 해처럼 사람은 나이

들어 가고 점점 더 먼곳이 가까워진다. 그리고 여전히 여정은 계속되고 그 여정엔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노인이 청새치와의 드잡이와 상어와의 사투 중에 끊임없이 반복하는 '그

아이가 있었으면 좋을텐데' 처럼 말이다. 어쩌면 우리 인생에도 이와 같이 꼭 필요한 그 순간의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누가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져본다.

해미웨이는 '실패'와 '허무'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말한다.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어떤 결과를 내었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삶을 살아 왔느냐도 중요하다. '희망이 없는

것은 죄악이야'라는 노인의 독백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기현상 속에 휘말린 우리에게

던지는 주문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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