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셰프 서유구의 식초 이야기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7
서유구 외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외 옮김 / 자연경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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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의 맛은 참으로 오묘하다. 신맛 속에 숨은 단맛, 쓴맛, 짠맛은 잡을수 없는 구름과 같다.

신맛은 짠맛처럼 꼭 있어야 하는 맛도 아니고 단맛처럼 우리를 쾌락의 세계로 인도하지는

않지만, 식초 한 방울은 다른 맛을 압도하고 서로 다른 맛을 조율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식초의 매력이다. 단순 명쾌하게 그저 음식에 신맛을 주면 되는 것이 식초이다. 이 책은

서유구의 정조지 권6 미료지류 식초편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기초 내용부터 식초 만드는 법

그리고 활용법을 알려준다.

우리가 느끼는 5가지의 맛을 오미(五味)라고 한다. 오미는 신맛[산(酸)] · 쓴맛[고(苦)] · 단맛

[감(甘)] · 매운맛[신(辛)] · 짠맛[함(鹹)]을 말하는데 오미가 골고루 들어가 균형과 조화를 이룬

식탁을 건강한 식탁이라고 한다. 오미 중 신맛은 단맛, 짠맛, 매운맛을 살리거나 중화시켜 맛의

균형을 이루는 조미료지만 우리는 그 맛을 잘 모른다. 어릴 때부터 먹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신맛'의 단순화로 인해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때문에 자주 섭취하지 않아서 더더욱 기억을

못한다. 저자는 이에 대해 '현대인의 혀가 신맛을 거부한다'고 표현하며 실종된 신맛을 되살리는

것이 한식의 맛과 품격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식초의 일반적인 정의는 '곡류, 과실류, 주류 등을 주원료로 하여 미생물을 발효하여 만들거나

곡물 당화액, 과일 착즙액 등을 혼합 또는 숙성하여 만든 발효식초와 빙초산 또는 초산을 먹는

물로 희석하여 만든 희석초산'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산도 4-5%의 식초를 저산도 식초, 6-7%를

일반 식초, 12-14%를 2배 식초, 18-19%를 3배 식초라고 부른다. 주 성분은 식초의 재료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초산 이외에 구연산, 호박산, 주석산등의 산을 포함하고 자체적으로

비타민과 무기질은 없지만 이들이 풍부한 음식들과 함께 먹으면 흡수를 돕는다.

식초의 역사는 술과 함께 삼국시대 이전에 시작된것으로 알려져 있고 고려시대 한의서 에는

부스럼이나 중풍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 에는 음식의 조리에 이용되었다고 기록되었다. 이외에도

동의보감이나 규합총서, 정조지 등에 식초의 만드는 법과 음용법, 효능 등에 대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식초의 맛이 잘못되었을 때 고치는 방법도 기록되어 있는것으로 미루어 조선시대가 식초의

전성기였음을 알 수 있다.

식초를 만드는 삼총사는 균류인 곰팡이와 효모, 박테리아인 초산균이다. 과일과 나무의 껍질,

누룩에 존재하는 효모와 공기 중 어디에나 살고 있다 마음에 드는 어느곳에서나 번식 가능한

곰팡이, 공기 중에 존재하다 알코올을 만나 식초를 만드는 초산균이 식초를 만드는 미생물

핵심균이다. 이 책을 통해 그저 '곰팡이' 하나 정도로 알고 있던것이 누룩곰팡이, 황국균, 흑국균,

백국균, 젖산균, 라이조푸스속, 간장국균등으로 그 종류와 특성도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간장의 감칠맛을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장국균은 높은 염도에서 생장이 가능하여

간장이나 된장을 빚을 때 유용하다. 식초의 품질은 공기 중에 부유하다가 알코올에 이끌려 온

초산균의 숫자와 종류, 초산균의 활동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초산균 마다 당도와 술의 도수

그리고 산도와 온도에 따라서 생존 여부, 활동의 폭이 달라지기 때문에 얻고자 하는 삭초에 따라

알코올의 도수와 온도, 당도, 발효법 등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현재 분류체계 상 알파프로테오

박테리아(Alphaproteobacteria)강 아세토박테라시에(Acetobacteraceae)과에 속하는 초산균은

18속 88종으로 나뉘는데 앞으로 발견되는 초산균의 수는 더 늘어 날 수 있다.

정조지 속에는 다양한 식초를 만드는 방법들이 나온다. 그중에서 곡물로 빚은 식초를 만드는

방법과 종류가 소개되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대초, 차좁쌀, 민간, 삼황초, 선초, 쌀보리, 누룩을

쓰지 않는 쌀, 7초, 찹쌀, 사계절병오초, 대맥초, 밀, 맥황초, 소맥초, 대소두, 술지게미, 부초,

쌀겨 등을 이용하여 만들어 내는 식초는 그 방법과 맛, 사용법 등이 각각 다르다. 지은이도

말했듯이 '정조지' 속의 음식은 참 '과학적'이다. 경험을 통하여 터득한 과학적 원리를 설명한다.

그 중 하나가 식초의 '짠맛'이다. 보통은 식초에 담긴 짠맛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하지만 곡물과

과일에는 당분과 함께 '나트륨(Na)'이 함유되어 있어 조화로운 맛을 낸다. 식초 역시 주원료가

되는 식물과 과일에 나트륨이 있기 때문에 식초에 짠맛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음식에 식초를

넣으면 맛이 균형이 잡히거나 식초를 넣으면 소금의 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식초에 들어

있는 나트륨 때문이다. 서유구는 이런 식초의 짠맛을 알았기에 '정조지'에 '식초' 편을 따로 두어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현대적인 방법과 생각을 가미하여 만든 식초들을 소개한다. 피부

미인을 위한 율무 식초, 해독의 1인자 녹두 식초, 두뇌애 영향을 공급하는 흑임자 식초, 그냥

먹는것 보다 식초로 먹으면 더 좋은 보리 누룽지 식초, 분홍의 고운 빛을 내는 홍국 푸레 식초,

기다림의 끝에 얻는 청포도 적포도 식초, 이름만 들어도 매운 맛이 느껴지는 고추 식초,

지은이들이 감히 '완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정미 식초들이 소개된다. 그중 보여지는

사진으로는 적포도, 청포도 식초가 압권이다. 하얀 그릇에 담긴 그 빛깔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예쁘다. 기회가 되면 대소두 천연 식초와 지은이들이 완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장미

식초, 그리고 너무 예뻐 식초인가 할 정도의 청포도 적포도 식초는 꼭 만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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