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포식자들
장지웅 지음 / 여의도책방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는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네이비 실 사상 최악의 작전 중 하나로 꼽히는

'레드 윙' 작전을 예로 들며 '살패는 실패일 뿐이다'를 강조한다. 양심이나 정의라는 명분으로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재산과 생명까지 희생시키는 선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는

이들에게 정의로운 실패는 없다. 군사작전의 목적은 임무 완수와 생존이다. 그것이 아니면

실패다.

금융 전쟁의 시대에서 정의는 지속적인 투자 수익 발생을 통한 투자자로서의 생존이다. 그러면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정의와 수익을 모두 지키겠다는 사람은 투자하지 말아라'고 말한다.

돈에는 선악이 없다. 돈이 없는건 죄가 아니지만 돈에 대해서 무지한건 죄다. 투자에서는 무지로

돈을 잃는 것이 죄고 돈을 자키는 것이 정의다.

우리는 일확천금에 대한 환상을 가진다. 그러나 현실은 그 환상에 목숨을 걸고 그 결과 파멸한다.

워렌 버핏은 매년 자신의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주식을 통해 연수익 10%를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환상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버핏이 말한 연 10%의 수익률은 배당

2%, 주가 상승 8%의 합을 말한 것으로 배당율이 그나마 높은 미국을 기준으로 한 말이다. 그럼에도

우린 그 환상에 모든것을 건다. 실제 2020년 전국 오피스텔 평균 임대 수익률은 4.78%고 그나마

수익률이 가장 높다는 서울 중대형 상가 수익률은 6.09%였다. 이 말은 조물주 위에 있는 건물주도

연 6% 수준의 수익률을 올린다는 말이다. 그런데 10%라면 '환상' 맞다. 투자는 자유이지만 무지와

욕심은 투자가 아닌 '투기'이고 '도박'인데 자신의 패가 뻔히 보이는 도박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들을 '피식자'라고 부른다. 피식자가 있기에 포식자가 존재한다. 이 책에는 대기업, 기관, 글로벌

기업, 일본과 중국 여기에 포식자 행세를 하는 피식자 노조라는 포식자 그룹을 소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노조'가 피식자에 속한다. 물론 행세를 하는 것이지만. 임금 인상 자체가

민주화였던 시기의 노동자에게 인권은 사치였고 근무 환경은 착취에 가까웠었다. 노동운동은

'노동자도 사람이다'라는 아주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애썼고 별로 대단한 요구도

아닌 '근로 기준법을 준수해 달라'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를 목숨 걸고 외쳤던 때에 노조는

약한자의 대변인이었고 구심점이었고 '갑'에 대항할 무기였다. 그러나 세상이 바껴 이제는

'귀족' 소리를 듣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나라면 저 돈 안줘도 열심히 일할 수 있으니 제발 저 좀

뽑아가 주세요!'라고 하는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댓글을 인용하며 왜 노조에 목숨을 거는지를

말한다. '대체 가능한 인력일수록 노조에 목을 맨다'. 반대로 기업의 핵심에 가까운 이들일수록

고용에 안정감을 느끼고 이직도 충분히 가능하다. 회사 역시 이것을 알기에 그들에게 애사심이나

충성심을 요구하지 않고 만족할 만한 대우를 제시하고 그들은 성과에 대한 부담을 느낄지언정

고용이나 복지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이들은 대체 불가능하다. 조금은 강한 듯 들리는 말이지만

저자의 말엔 묘한 설득력이 있다. '같이 살자'고 주장하는 건 능력 없고 대체 가능한 이들이 노력없이

제 몫을 얻겠다는 것과 다를게 없다. 같이 살자는 것은 같이 죽자는 것이다.

오늘의 주가는 미래의 성공을 담보로 끌어온 것이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배팅을 하는것이 투자다.

우리는 벌판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지하철이 개통되고 하늘을 찌르는 고층 빌딩이 세워잘

것을 눈 앞에 그리며 상상과 욕망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관론자는 명예를 얻고

낙관론자는 돈을 번다. 워렌 버핏은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을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이동하는

도구가 주식시장이라고 말했다. 즉 피식자의 돈을 포식자에게 이동하는 게 금융시장이다.

이 책이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 서민을 위한 금융은 없다. 피식자가 먹을 돈은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부자를 꿈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변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변화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이고 도전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불편하다. 이제 결정해야 한다.

머물것인가? 변할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