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집 - 결국 생각의 차이가 인생의 차이를 만든다
안도 아키코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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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啐啄同時). 중국 송나라 때 불서 에 화두로 등장하면서 불교의 중요한 말씀이 된

이 말에서 줄(啐)은 병아리가 알 속에서 쪼아대는 것을 말하고, 탁(啄)은 어미 닭이 알의

바깥쪽에서 쪼아 대는 것을 가르킨다. 지금 현재 우리는 바로 이와 같은 변화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줄과 탁이 서로 잘 맞으면 껍질이 부서지고 알에서 병아리가 태어나는 것과 같은

금상첨화인데 이것이 어긋나기 시작하면 결국 알은 그대로 깨져버리고 만다.

작가는 '편집공학'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편집이란 일상적으로 서적이나 잡지의 편집, 혹은 영화나

다큐멘터리의 영상 편집과 같이 미디어의 정보를 다루는 일련의 행위를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 범위를 넓혀 우리가 인지하는 것, 표현하는 것, 이해하는 것, 그리고 소통하는 모든 일련의

행위를 편집이라고 본다. 심지어 사람 역시 무수한 활동으로 인해 편집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편집에 '공학'(engineering)을 더한다. 공학이란 '상호작용하는 복잡함을 복잡한 것 그 자체로

처리하는 기술'이다.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고 세분화하는 등의 작업을 거치지 않고 그 자체로

처리한다는 이 말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오늘의 사회에서 편집공학의 역할과 가능성을 정확하게

드러낸다. 편집공학은 편집을 공학하고 공학을 편집함으로써 복잡한 현대생활 속에서 인간에게 원래

주어진 편집력이라는 힘이 활력적으로 되살아 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편집의 기본은 '정보는

다면적'이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두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정보의 가능성에 제한을 두지 않고

열어 두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은 가능성을 제한하고 다면적 상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어느 대상이 대해

'원래 그런 것'이라고 확증하는 습관으로 인해 고정관념 이상의 아집에 이르기도 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정보의 가능성을 최대화시키면 사물의 관계성을 발견하기가 쉬워진다. 정보의

다면성은 풍부한 상상력과 생각의 근원이 된다. 'elephant'게임의 틀에서 벗어나 사물을 제대로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는 우리 머릿속 구조를 '프레임'(frame)과 '스키마'(schema)로 정의한다.

스키마는 머릿속에 들어 온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식의 기존적인 묶음을 의미한다. 사고를

위한 틀, 그릇, 수납장과 같은 의미로 그림 설명, 도식, 윤리구조 같은 것들을 가르키는데 사용한다.

스키마를 묶는 틀을 프레임이라고 한다. 프레임은 어느 개념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배경에 존재하는 지식

구조를 말하는데 하나의 프레임은 복수의 스키마들이 서로 관련해서 만들어진다. 흔히 우리가 '발상이

풍부하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필요에 따라 기본 인식을 깨부수고 새로운 것에 대해 나름의 시각을 가진

사람이다. 이때 말하는 시각이 바로 스키마와 프레임의 새로운 조합을 의미한다. 프레임의 조합이나

넘나들기를 통해 발상력을 밖으로 꺼내는 능력을 '발상력의 엔진'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AI 기술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완벽하게 구현해 내기 어려운 인간 만의 특징이다.

생물이 지각하는 요소에는 물질, 매질(공기), 면(지면이나 물건의 표면), 레이아웃(그것들의 배치), 생기는

일(움직임)이 있다. 생태 심리학자인 제임스 깁슨(James Gibson)은 이것들에 대해 '~할 여유가 있다,

~하여도 된다, ~을 공급하다, 산출하다'는 의미를 지닌 '어포던스(affordence)'라고 명명했는데 이는

환경이 동물에게 부여하고 제공하는 의미와 가치 모두를 포함한다. 우리는 언제나 어포던스에 둘러싸여

있으며, 여러 어포던스들을 사용하면서 자각하거나 인식하거나 동작한다. 그는 '어포던스는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환경 속에 잠재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공공재와 같다'고 말한다.

어포던스는 어떤 생물이라도 접근이 가능한 공공재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생물에 따라서, 또는

사람에 따라서 서로 다른 어포던스가 자각된다.

정보는 혼자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여러 정보에는 반드시 주변이 있고, 모든 것은 관계성 속에 놓여

있기에 편집은 결국 여러 관계가 맺고 있는 과정 그 자체이다. 이 책은 편집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

어느새 '유기체의 철학'까지 가버렸다. 인류에게 남겨진 최후의 자원은 결국 상상력이다. 편집공학은

이 큰 상상력을 한 사람 한 사람 속에서 해방시키고 그것들을 서로 이어주는 촉매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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